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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 1.0 글 모음/Diary

[일기] 차가운 레쓰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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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만 풍요로왔던 일요일을 등뒤로 한채 맞은 월요일.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하는 그 날은.



새출발치고는 너무나도 혹독했다.



나 자신을 향해 날라오는 돌을 막기에도 버거운 때이거늘.



내 돌을 간신히 막을 때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목소리들.



예전의 이기적인 성격은 대체 어디에 숨었단 말인가.



돌아서면 미안하단 생각이 드는건 과연 바보같은 짓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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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같은 자우림의 노래에 취해 돌아오는 길.




왠지 쩌렁쩌렁한 기타 소리가 듣고 싶어.




4집의 '벌벳소로우'를 켜고 만다.




내 귀가 터지나 이어폰이 터지나 내기하는 듯한.




메탈같은 소린 아니지만, 그나마 나은듯한 쩌렁쩌렁한 기타 소리.




계속되는 음량 올리기.



내 불쌍한 이어폰 팔팔이가 이제 나이가 다되어 숨이 막힌다고 얘기하는 듯 하지만.



'이때라도 모질어보자' 하고는 내버려둔채 내 귀는 터지려 한다.




곧 숨이 다 할 듯한. 1년 동안 나의 귀를 즐겁게 해준 소니의 대걸작. MDR-E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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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풀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주위를 멤돌지만.



그래봐야 생각나는건 고작 껌 한 조각뿐.



누군가 내 뒤에서 화들짝 나타나 나를 달래줄까같은 생각을 하는마냥.



애처럼 뒤를 바라보고.



주위를 멤돌다 이내 사라진다.



오랜만에 꺼내든 차가운 레쓰비 하나.




그러나 괜히 따뜻해진 날씨는 레쓰비 마저도 정이 가지 않게 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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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이제 좀 나으려나 싶었것만.



엑티브X로 자기도 모르게 설치된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들을 지우고 있는 우리 바보 초딩.



예전 같았음 버럭 짜증을 내면 혼을 냈겠지만.



'얘도 의도는 아니었을테지.'



라며 내 기준에서의 너그러운 표정을 지어준다.



그런 반응에 놀라 더 당황하는 우리 초딩.



다음부턴 조심하라는 경고를 날린채 나는 또 엑티브X를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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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초딩이 컴퓨터를 하는 동안.



나는 조심히 명상에 취해보고.



이 무슨 바보짓인가 싶어 스크랩해둔 하드디스크의 원리를 깨우치고.



밑줄을 그어가며 마치 공부인 마냥 멋있는 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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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이 날 만도 하겄만.



마중 나가 만난 어무니 앞에선 짜증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으려 하고.



이내 돌아와 말동무까지 해드리는 효자 아닌 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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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9일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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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거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