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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거북이의 첫 사회생활 이야기..그 세번째. <3부>

by 까만거북이 2007.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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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3. 내 정리 습관은 과연 쓸모가 있는가?

일을 하는 내내 신경 쓰였던 것이 하나 있었다.
PC 설치 후 박스와 쓰레기가 여러개 남게 된다.
본체 박스와 모니터 박스, 마우스, 키보드, 기타 잡동사니가 들어있는 박스..
그리고 본체를 싸고 있던 비닐, 모니터를 싸고 있던 비닐, 마우스를, 그리고 키보드를, 그리고 기타 잡동사니 전선들, 사용설명서, CD.. (헥헥;;)

아르바이트 첫날.
난 신입사원과 동행한 후 첫번째 일을 떠맡게 된다.

바로 박스 뜯기. (ㅡ_-)b

어떠한 일이 그러하듯 처음엔 막노동부터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내 박스 뜯는 능력은 참담했다.
나름대로는 땀을 빼내며 최대한 빠르게 행동하고 있었으나 작업의 더딤은 여전했다.

신입사원과 잠깐 숨을 돌리는데, 신입사원이 한마디를 던진다.

 "너무 꼼꼼히 할 필요 없어요."

 ...;;

이후 다른 과장님과 길을 나설때도. 부장님과 길을 나설때도. 출장을 가서도.
내 쓸떼없는 정리 버릇은 곳곳에서 발휘된다.
그래도 이후에는 좀 괜찮았으나 일을 시작한 뒤 일주일간은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박스들이 신경쓰여 말그대로 죽을 맛이었다..(-_ㅜ;;)

김포에 위치하고 있는 창고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정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키보드와 마우스들은 수십, 수백개에 이르렀고, 선들은 이리저리 죄다 꼬여있었다.
우리에게 떨어진 일은 따로 분류하기.
일은 시작되었고, 분류는 하였으나..

나는 키보드를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마우스는 선을 감아 가지런히.

세명이 분류 작업을 하는데 도무지 내 성격과 맞지 않는 정리 작업이었다.
이리저리 박스에만 분류하고 대충대충 쌓아놓는 작업은 신경이 곤두세워졌다.
뭐, 하긴 깔끔하게 정리한다고해서 알아줄 사람도 없으니 깔끔하게 한다는 자체가 바보였던 것이다.
게다가 마우스, 키보드, 카드리더기 등은 폐기처리니까.
(하지만, 결국 나는 다음 김포 창고를 갈 기회가 왔을 때 키보드, 마우스를 혼자 다시 정리한다. -> 바보;;)


정확한 적정선.
그것이 내가 바라는 이상향이다.


탁월한 준비력.
(왠지 부제 하나를 더 넣고 싶어졌다. ;;)

정리 얘기를 하다가 왠 준비력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시작.

나는 아르바이트 첫날.
설레는 마음으로 과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를 전날밤 살짝 고민했었다.
늘 챙기는 가방이지만, 새롭고 어색한 것을 접한다라는 생각에 또 다시 긴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방의 큰 주머니엔 다이어리와 소설책 한권. 보물 2호 작은 우산 하나.
가방의 작은 주머니엔 내 귀염둥이 A3000과 그것의 리시버 소니 MDR-E888. 디카 DSC-W1이 있었고.
펜 몇가닥과 샤프, USB 메모리, 안경 수건, 손수건, 비상용 휴대폰 배터리, 로션(이건 왜;;) 등이 있었다.
아, 스틱파스도 항상 동행하니 포함.

뭐, 아르바이트에서 무얼 하는지도 딱히 모르겠고 늘 외출하는 식으로 가방을 챙겼다.

다음날.
이 준비성은 탁월하게 발휘된다.
처음으로 다마스에 오른뒤 과장님께서 펜을 달라는 말씀에 펜을 꺼내 드리고.
(이 때 신입사원이 참 뻘쭘해 했지.;;)
중간중간 땀을 헤치우는 데에는 내 손수건이 기막힌 역할을 해주었다.
(여담이지만, 나중에 칼에 베었을 때에도 손수건으로 재빠른 대처를 했..;;)

다 필요없고, 내 준비력이 발휘된 때는 바로 USB 메모리였다.
우체국 직원들이 백업해달라고 할 때 내 USB 메모리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었다.
후의 일이지만, 과장님의 외장형 하드디스크가 뻑났을 때에도 내 USB 메모리가 기막힌 역할을 수행해주었다..(감격의 눈물;;)

또한 아르바이트 내내 내 USB 메모리가 쓰였던 일이 있었는데.
회사 기밀 프로그램은 회사 웹사이트에서 다운을 받게 되어 있다.
또한 보안을 위해 하루하루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되는데..

아르바이트 시작 후 신입사원들이 하는 것을 보니 그 프로그램을 PC 하나씩 인터넷을 접속해 다운을 받고 있었다.
이 절차가 간단해보이면서도 내가 보기엔 굉장히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었다.
그 펜티엄3에서 느려터진 익스플로러를 실행시키고 회사 웹사이트에 접속하고 아이디, 비밀번호를 친 뒤 자료실을 클릭해서 프로그램 링크를 클릭하고 그 때서야 프로그램 실행.
뒤에서 신입사원들이 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내 USB 메모리를 불끈 잡아 올렸다.

나중에 과장님과 같이 우체국을 다닐때에는 요령있게도 USB메모리에 프로그램을 저장한 뒤 거의 날라다니는 수준으로 일처리를 할 수 있었다.
작은 시간들이었지만, 그것을 합하면 수없이 큰 시간이 된다라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그 프로그램을 이용해 서류 하나를 프린트 했어야 했는데.
신입 사원들은 프로그램을 일일히 다운받는 것도 모자라 잘 연결되지도 않는 프린터로 낑낑대는 모습을 여러번 볼 수 있었다.
나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었다가.
약 1주일 정도가 지난 뒤에 그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면 htm 파일이 작성되는 것을 보고 또 다시 나혼자 희미한 웃음을 짓곤 했다.
덕분에 나는 프린터를 연결할 필요도 없이 가뿐하게 htm 파일을 모아 한 PC에서 싹 다 인쇄를 하는 요령을 피었던 것이었다.
여담이지만, 나는 아르바이트 첫날 그 허접한 신입 사원이 구형 PC에서 이 서류를 인쇄하는 것을 깜빡하고 새 PC를 설치했다가 서류 인쇄하는 것이 기억나 다시 구형 PC를 설치했던 바보같은 짓을 목격하기도 했다. (-_ㅡ;;)


나는 혼자 생각이지만, 컴퓨터 관련 업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외장형 하드는 그렇다치더라도 USB 메모리 하나 몸에 지니지 않은 채 일을 하는 신입사원들이 내내 못마땅했다.
사실, USB메모리를 갖고 있으면 시간은 생각보다 굉장히 절약된다.
위에서 말한 프로그램은 당연하고 새 PC에 설치하는 드라이버나 각종 예상치 못한 프로그램들을 USB메모리 하나로 해결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간편한가.

(아, 쓰다보니 USB 메로리 예찬론;;)

또한 얼마 전에도 포스팅했었지만, 나는 가방도 모자라 내 한쪽 주머니에 칼, 펜 두개, USB메모리, 매직을 준비하고 뒷 주머니에는 빨간 장갑을 하나 마련했다.
왜 알바생인 내가 이렇게까지 준비를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점은 자찬해도 충분하다. (풋;;)


늘 정리하는 습관과 준비하는 습관.
너무 신경 쓰는 내 모습을 보면 난 왜이리 편하게 살지 못하는가..라며 한탄하는 일이 많다.
또한 괜히 주변의 마음 주는 사람들에게 신경쓰이게 하는 것을 보면 스스로 자책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내 방에서 물 한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나래에겐 늘 미안한..(-_ㅜ;;))

하지만, 그것이 있었기에 현재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라는 생각으로 오늘 하루도 책상 정리를 한다..

. . . (ㅡ_-)b



까만거북이의 첫 사회생활 소감문 세번째 끝.



. . .



[까만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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