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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 1.0 글 모음/Talk

[잡담] 거북이의 첫 사회생활 이야기..그 다섯번째. <5부>




. . .



(들어가기 전에)
이번 아르바이트 소감의 절정부분..
이라고 생각하지만, 측은한 소감문이 되지 않을지..



5. 힘들지만 힘들지 않았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진 않았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에게 많은 얘기들을 들어왔다.
매한가지 어렵고 힘든 일들이었다.
그들도 분명 그렇게 얘기했고, 내가 듣기에도 그러했다.
또한 내가 한 일도 분명 그러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현재 있는 신입 사원 5명 정도가 전부가 아니었다..라는 말을 들었었다.
사실 몇달 전에 한꺼번에 몇명을 뽑았었으나 많은 업무량과 열악한 업무 환경 때문에 일을 포기한 사원들도 있었다.
이틀을 일하다 나간 사원.
PC 설치 회사를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다가 이 회사에 들어와 많은 업무량을 보고 기겁하고 바로 나간 사원.
한달 일하고 나간 사원 등등..

일을 하면 할수록 이 일이 힘든 일이구나..라는 걸 나 역시 몸소 느끼고 있었다.
(또한 덜덜거리는 다마스는 목숨을 걸고 운전을 해야 하는 열악한 업무 환경이었다.;;)

나이 40 가까이 되시는 과장님들은 전자 공학과인 나에게 과를 바꾸라고 몇번을 말씀하셨었고, 혹시나 과를 고집하더라도 요령껏 현장직은 피해라..라는 말씀을 하셨었다.
그들도 한때는 컴퓨터를 좋아하셨던 분들..

뭐, 하여간..

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늘 궁금해 하던 것이 있었다.
과연 어른들이 말하는 돈벌기가..
그렇게 힘든 것일까?

그래서 나는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고등학교 시절, 졸업만을 기다려온 적도 있었다.
(이후 다른 깨달음을 얻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았었지만.)

역시 돈벌기는 어려웠다.
몸은 고되었고, 내 취미생활은 미루고 또 미루어졌다.
주말이면 컴퓨터를 켜긴 했으나 갑자기 닥친 첫 사회생활은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 뿐이었다.

그러나 나는 2주째에 이르는 그 쯤.
힘들다..힘들다..라고 외쳤던 어른들을..
말그대로 비웃었다. (;;)
겨우 이 정도 뿐인가? 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아니었다.
사실 드는 생각은 위의 것이 아니고..

 "죽을만큼 힘들진 않으니까 힘들지 않아."

라는 멘트였으니까.

중학교 시절 평온하던 나에게 닥쳤던 고등학교.
그 정말 힘들었던 시기에.
어른들은 하나 같이 나에게 말해왔다.

 "사회 나가보면 고등학교가 분명 그리울거다."
 "다시 돌아가고 싶을껄?"
 "지금 불평은 불평도 아니야.."

(현재의 나는 결코(!!)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혹시나 누군가 꼭 돌아가야만해..라고 말한다면 그 때 가서 목숨을 걸고 외침을 부를테지.)

그러나 나는 일을 하면서 몸이 부숴질만큼 일을 했다.
손에선 PC 본체에 긁혀 피가 나기도 했고.
3주째에 접어든 때에는 허리 찜질을 하기도 했다.

많은 생각이 들었었다.
나는 여느 나이 또래애들처럼 돈벌기는 세상에서 가장 힘들다..라는 공식을 깨닫고 싶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닌 오히려 반대의 상황이 되어 버려 나는 화가 나기까지 했다.

출장을 다녀온 주말.
주변에선 개강 준비가 한창이었고.
개강 일주일 전에는 쉬는게 좋을텐데..라는 말을 들어왔다.
나 역시 일주일은 쉬면서 차츰 준비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었지만.

난 아직 2주뿐이 하지 않아 내가 깨닫지 못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다시 들게 되었다.
그리하여 몸은 고달펐지만 그리고 내가 해야 할 다른 일들이 있었으나.
그 깨달음을 위해 일주일을 더 나가기로 결심하였다.

태생에 악착같은 어머니를 닮지 못하고 몸이 약한 아버지를 닮아 노동에는 약한 몸이었다.
(그나마 좋아하는 일에 대한 깡이 조금 있을뿐.;;)
마지막 일주일은 허리 찜질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손에는 밴드를 붙여야만 했다.
내 눈에도 내가 피곤해하며 일을 하는 중간중간 나태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속된 이후.
끝까지 죽을만큼 힘들지 않아..라고 외치며 힘들지 않다고 말하는 나를 보게 되었다.
측은함.
그것을 나 자신에게 느끼는 또 한번의 반갑지 않은 기회였다.

일을 시작한 첫 주의 머리는 너무도 무거웠다.
새벽 6시에 집에서 출발해 밤 12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하는 강행군을 몇일씩 하면서도.
(금요일엔 밤샘 작업까지..;;)
나는 그 와중에 머리는 헤롱헤롱한 상태였다.
머리가 너무나도 무거웠다.
몸이 이렇게 힘든데도 힘들다고 외치지 않는 나는 정신과 병원에 가봐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시기가 있었기에 나는 남들이 갖지 못하는 비장의 무기를 갖은 것이기도 하다.
그 때가 아니었더라면 중학교 시절 그 마냥 애같던 시절이 계속 되어 지금의 내가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비록, 안타깝고 측은하지만.
나는 인생의 길에서 떨어진 사람들처럼 술이나 담배에 의지하지 않고..
다행히 음악과 글쓰기에 취해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또한 덕분에 나는 이 무기를 갖고 앞으로의 인생의 방해물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내가 사회 생활을 통해 얻고 싶었던 깨달음은 얻지 못했지만..
어찌되었건 내 인생의 첫 사회생활 경험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 힘으로 돈을 벌 수 있었던 기회였다.
또한 원했던 것들은 아니지만, 꽤나 그럴싸한 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 자신에게 측은함이 느껴져서 결국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음악에 취하고 휘청휘청거렸지만..
앞으로 펼쳐질 내 인생의 밑바탕이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 . .



까만거북이의 첫 사회생활 소감문 그 다섯번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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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거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