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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 1.0 글 모음/Diary

[일기] 어제의 일기.. 마지막 약해짐..




전 포스팅을 끄적거리면서 다시는 약해지지 않겠다고 큰 소리 뻥뻥치던 저였습니다..

오늘 하루만.
마지막이라고 되새기며..
한번만 약해져 보겠습니다..

마지막..
마지막이길..


또한 지금까지의 포스팅 중 가장 솔직한 포스팅이었기를 바라며.
가면을 마지막으로 벗고, 제 속 얘기를 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마지막이라고 하니 괜히 더 측은해지네요..


그리고 또 하나..
이 포스팅은 음주 포스팅입니다..

...
(강해지려고 사생활 얘기도 안적던 나였는데..)




2007년 9월 21일. 금요일.

어제는 대한민국의 청년으로 태어나 누구나 거쳐야 하는 군 신체 검사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아마, 7월 하순 쯤에 친구와 신청을 하게 되어 2달이 지난 어제 가게되었던 것 같네요.

늘 그랬듯이 저는 가는 길을 조사하고 친구와 길을 떠났습니다.

간단하게 끝날 줄 알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시간은 오래걸렸습니다.
어림짐작으로 약 100명 이상이 신체검사를 받기 위해 온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사랑카드인지 뭔지 그것에 박을 사진을 PC를 이용해 촬영하고..
그 PC를 보니 문득 얼마전 컴퓨터 관련 일을 했던 때가 생각나 혼자 씨익..웃고 말았습니다.

잠깐의 시간이 흘러 첫 시작은 심리검사였습니다.
약 300 문항이 넘는 문제들로..
그렇다./아니다. 라는 식의 답들이 있었습니다.
OMR 카드에 마킹을 하는..
뭐, 그런 식의 심리테스트였습니다.

검사 전, 앞에 의사처럼 보이는 사람이 검사에 대충 참여하거나 심리적 불안한 것이 발견되면 2차 심리검사로 넘어간다고 하더군요.
그런가보다..
검사하는 중간중간 X-Ray 사진을 찍고, 간소한 신체검사들도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OMR 카드를 냈구요..

잠시 후, 몇몇 사람들과 함께 제 이름이 불려졌습니다.
다 불리는 것은 아니더군요.
한 6명? 정도가 불렸던 것 같습니다.

이유인즉..
2차 검사 대상자들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속으로 "엥? 내가 왜..? 마킹 잘 했는데.. 내가 실수할리가 있나." 라는 생각이었는데..
같이 간 사람들 중에는 다소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냐", "지금 나 의심하냐.", "시간 또 지연되지 않냐." 등등..
성질 참 급한 사람들..

물론, 저도 3시에 학교 수업이 있었습니다.
지금 시각은 약 1시 30분.
간당간당..
물론, 서류 제출하면 결석해도 지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교양 선택으로 신청한.. 제가 듣고 싶은 프로그래밍 과목을 빼먹기는 너무 안까운 일이죠.
아니, 빼먹고 싶지도 않았구요.

딴소리로 좀 빠졌는데..
어쨌든, 그렇게해서 2차 심리검사실에 들어갔습니다.
아마 사무실 표지판에 임상심리검사실 이라고 쓰여 있던 것 같습니다.

들어가니 이미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몇 있고..
검사 용지 2장을 주면서 이에 대해 답을 쓰고, 1:1 면접 검사를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음..
그래야죠 뭐, 어쩔 수 있나요.
이왕 하는 거 기분 좋게 해야..

근데, 문제들을 보죠.
"학창 시절에 따돌림을 당한 적 있나요?"
"가정 환경은 어땠었나요?"
"사람을 만나는데 어떤 생각이 드나요?"

지금 음주 포스팅이어서 그런지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_ㅡ;;)

그건 그렇고..
사람들이 화가 날 만한 문제들이었습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답을 쓰고..

그래도..
그래도 가장 답하기 껄끄러웠던 건..
"자살 시도한 적이 있나요?"

...

답 안하고 넘어갑니다.

잠깐만..
이 포스팅 왠지 하기 싫어지네요..

그래도 저는 감사해야 할 사람이기에 끄적거려 봅니다.

윗부분이 첫번째 종이였고..
두번째 종이에 있는 문제는 이러합니다.
문장의 앞부분까지만 적혀있고 뒷부분을 적으라고 하네요.
"나는 미래에"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내가 늘 바라는 것은"
또..
또 기억이 안나네요..;;

뭐, 하여간..
음..
여기에 제가 쓴 답도 적어야 할까요? ;;

어쨌뜬..

답을 적고 면접 검사를 기다리는 동안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껏 그 누구도 믿고 싶지 않아 속얘기를 하지 않았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끄적거려야 할까?
지금이라도 이 옆에 있는 새 종이에 다시 쓸까?
솔직하게 적었다가 정신이상자로 적히면 어쩌지?
문제라도 있으면 어쩌고?
어허..

그 때..
제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한참을 고민하다 자신의 종이를 구겨 주머니에 넣습니다.
그리곤 새 종이에 답을 간단간단하게 적네요..
아까는 한참을 고심해서 적더니.
역시..
저와 같은 생각이 든 걸까요?
흠..
저도 새 종이를 드려고 손을 댑니다.
그러다가 펜을 떨어뜨리네요.
그냥 핑계다치고 새 종이에서 손을 떼어냅니다.
한번만..
한번만 믿어보죠뭐..
약해지는 공간이라고 만든 블로그에서조차 솔직하지 못했던 저였고.
심지어 제가 따로 만든 일기에조차 7월달 이후론 아무 내용도 적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모디아와 PC에 끄적거려지는 문서들은 모두 강해지기 위한 글들일뿐이죠.
뭐, 그래봐야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제 나름대로의 방패, 거북이의 등껍질이니까요.

1:1면접 검사실은 벽을 가로질러서 있어서 안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릴 뿐이죠.
많은 생각을 하며 자리에 조곤히 앉아있던 그 때..

"저는 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니까요!"

 . . .;;;;

안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무섭네요..
무섭지요..

사는 데에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
그래서 의미를 억지로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그것은 행복하지 않은 일이지요.
아프고 또 아플 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것이 인간으로 태어났음에 따른 복이자 의무이기에.
누군가에게 작더라도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면.
절대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간이지요.
그렇지 않다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가장 이기적인 사람이 되구요.

잠시 후 그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가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아주 간단한 답들로 말이죠.

제 손은 저도 모르게 또 새 종이에 가 있네요.
아무래도 저도 겁이 나나봅니다.
애써 제 손을 구박하며 고개를 돌렸습니다.

아까 종이를 새 종이로 바꿨던 그 사람은..
들어가서 예, 아니오 라고만 대답하고 나가는 것 같네요..
잘 들리지 않지만, 벽에 귀와 손을 대면 대충은 알 수 있으니까요.

제 차례가 왔습니다.
들어가서 조곤히 꾸벅 인사질을 했습니다.
사람간의 예의란 건 그런거죠.
인사하나부터 옷가짐, 머리 한톨이라도 예의라는 건 그런 것에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의사도 조금은 당황을 하고 인사를 하네요.
인사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나봅니다..;;

자리에 앉으니 제가 종이에 적은 답들을 보며 다시 한번 물어봅니다.
그리고 빼먹은 질문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물어보네요.
사실은 많이 빼먹었거든요..(-_ㅡ;;)

음..
심지어 물어보지 않기를 원했던 16번 문제도 물어봅니다.
때는 언제고 이유까지도 물어보네요.
어렵게 대답을 했지만, 의사조차 이해하지 못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했는데..
역시 시간이 짧으면 대답하지 못하는 저는 말문이 막혀버렸습니다.

한 10분 이상 면접을 했던거 같은데, 기억이 많이 났었는데, 지금은 기억나지 않네요.
아, 또 모르겠네요..
애써 적지 않으려고 그러는건가..

그래도 기억나는 것 몇가지..
의사의 질문들..

"과거의 일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편인가요?"

이번엔 제가 대답한 답도 적을게요..
"과거에 대해서 많이 생각함으로써 앞으로의 일에 반영할 수 있다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려고 하는 편이에요."

"혹시 많이 참는 편이세요?"
"음.. 그건.. 자신이 자기에게 칭찬해서는 안되지만, 저는 참는 것을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해요."

"많이 참을 것 같은데요.."
"세상에는 저보다 더 참는 사람도 많아요.."


그리고 의사의 마지막 대답 중 기억나는 것 몇가지..
"예전에 안좋았던 일에 조금 억매여 있는 듯한 것 같구요. 과거의 일을 생각하며 반성의 기회로 삼는 것은 좋은데, 그걸로 자신을 억누르는 것은 하지 않아야 좋을 것 같네요. 결과가 애매모호해서 저도 딱히 답을 모르겠습니다."

"네.. 사실, 알고야 있는데,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그러는 거죠.."

"따로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도 좋아요. 학창시절에 상담을 받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조금 그러네요."

"풋.. 솔직히 상담받고 그럴 곳도 없잖아요. 거기 써두었듯이 예전에 정신과병원 가 볼 생각도 했는데, 지금이라도 가 볼까요? 풋.."

"뭐, 하긴 그렇죠.. 받을 곳도 없죠. 요즘에 스트레스 받는 것 있는 것 같은데, 맞나요?"

"조금은요.. 근데, 혹시 처음에 솔직해도 되는 거냐고 물어봤지만, 나중에 지장받는 것이 있을까요?"

"아니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그냥, 검사 결과가 예민하고 신경이 곤두세워져 있다..라고 나와서 그래요. 단체 생활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라는 부분도 조금 나와 있네요."

"네.. 감사합니다.. 이미 알고 있는 얘기인데.."

"근데, 결과에 너무 집착하실 필요는 없구요. 검사 결과가 이리저리 왔다갔다 해서 2차 검사를 한 것뿐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흠..

지금 키보드로 다 두드렸다고 했지만서도..
빼먹은 것들이 있을 것 같네요.

사실 이미 다 알고 있던 얘기들이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게 되었지만..
또 솔직히는 1차 검사를 할 때에 마킹을 하면서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하기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도 헷갈리니까요.


돌아오면서..
많이 잊었고, 많이 나아졌고..
세상에서 혼자만 아픈 것도 아니고, 힘든 것도 아니기에 힘들어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던 저였고..
그런 저만의 가치관, 철학관을 세상의 진리..라고 말둑받고는 제 머리 위에 두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그래야만 나약해지지 않으며 세상에서 온갖 돌이 날라와도 아프다고 하지 않을테니까요.
또한, 그래야만 제 주변에 마음 주는 사람들에게 더 마음을 주고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가족들의 힘든 얘기도 그날그날 들을 수 있는 것이고..
친구들의 하루하루 얘기도 더 들을 수 있으니까요.
분명 사람은 모름지기 그래야만 합니다.

근데..
저렇게 대놓고 객관적인 자료로 결과가 나오니..
참 당황스럽네요.
그러면서 한편으론 얼마 전 포스팅한, 그리고 끄적거렸던 모든 글들이 다 쓸데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 . .



블로그..
대체 블로그가 뭐길래..
이러면서도 답답합니다.

인터넷이라는 것.
월드 와이드 웹이라는 것.
웹을 만든 사람은 참 똑똑한 것 같네요.
이리도 사람을 곯치 아프게 해주다니..끌끌..

웹 상의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제 주변 사람들도 주소를 모르더라도 단번에 이 블로그에 찾아오겠죠.
안그래도 키워드 란에 까만거북이라는 단어가 순위권에 늘 올라와있습니다.
제 일상들을 조목조목 그렇게도 보고 싶은 걸까요?
그럼, 속이 시원한가요?
그렇게해서 저에 대해서 비웃고, 너만 아픈 거 아니니까 조용히 해라..라고 하면 기분이 좋은 걸까요?

애초에 블로그를 주변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솔직함..
솔직함..
그것을 증명하고 싶어 알렸던 것인데..
저는 너무 가볍게 생각했네요.
너무나도 말이죠.

또한, 제 주변 사람들이 저에 대해 걱정해준다는 것도..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하지만, 미안합니다.
너무나도 미안합니다..
그래서 블로그에서 아파하기 힘들어질 때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힘든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특히 어른이 되면서 세상을 접하면서 술자리를 자주 갖게 되지요.
어른들이 하는 얘기는 모두 한결같습니다.
회사 얘기, 사회 생활 이야기, 돈 얘기.
하나같이 다 힘들어합니다.
아파하고 힘들어하지요.
안힘든 사람 있나요?

하루하루 빡빡하게 사려고 하는 저를 보면서 주변 사람들은 힘들겠다..피곤하겠다..라고들 합니다.
네, 피곤하고 힘들어요.
그게 정상이고, 그래야 사람이지요.
난 기계가 아니니까.
하지만, 힘들지 않아요.
죽을만큼 힘들진 않으니까.
단지 그 뿐이니까요.

6시에 집에서 나와 밤 12시가 지나서 집에 돌아오는 강행군 아르바이트 아닌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
피곤했습니다.
피곤했지요.
과장님께 쓴소리 받은 것도 피곤하고, 다마스를 타던 틈틈히 졸음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창고에 있을 적엔 절대 깔끔떨면서 앉지도 않던 제가.
박스 깔고 먼지나는 그 곳에서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피곤했지요..

다만, 힘들진 않았습니다.
고작 그런 일로 힘들다고 하면 앞으로 세상 살기 참 깝깝하지요..
근데, 그게 아니고..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요?
그렇다고 죽고 싶지는 않잖아요.
그러니까 힘든게 아니지요.



이 포스팅..

아무래도 금방 비공개 처리가 될 것 같습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거든 블로그를 보고 한참이 지나서 제 자신에게 화를 낼지도 모르겠네요.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이 글을 보고 걱정을 할 듯한 친구들과 동생과 사람들 모두..
미안합니다..
이렇게 밖에 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또 고맙습니다..


아, 저에게 프링글스 한통을 건네준..
저 좋으라고 고기 먹자, 고기 먹자 했었던 형도 고맙습니다..
(저 좋으라고 했던 것 맞겠죠?ㅎㅎ)



여기까지..



. . .



[까만거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