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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 1.0 글 모음/Ver.2.0

정부과천청사에서 일하다.




저번주에 이어서 이번주에도 어김없이 새벽 아르바이트는 찾아왔다.
아버지의 등빨(;;)에 이어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어줍잖은 사회 생활 체험이 아닌 이제 회사 직원들과 이름이 트여 왠지 사회 생활을 하고 있다란 생각이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비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_ㅡ;;))


저번주 금요일은 정부과천청사의 농림부.
이번주 금요일은 대검찰청.

이번일들은 정부에서 현재 추진중인 제2 통합 정부..
어쨌든, 정부의 전산 시스템들이 대전으로 이전중인데, 그에 따라 서버 이전 작업에 일조를 하는 셈이었다.

나란 녀석이야 PC의 구동 원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서버와 같은 어마어마한 컴퓨터는 더더욱이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은 '잔류'. (-_ㅡ;;)

저번주 금요일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11시까지 오란 말에 역시나 정확하게 11시에 과천청사에 도착했다.
사실 TV 속에서만 보던 정부 건물에 들어가서 일을 한다라는 생각에 솔직히 살짝은 들떠있는 셈이었다.
그 날 학교의 밀린 레포트로 그 전날의 밤을 휘리릭 날려버리는 바람에 몸이 몸이 아니었으나 그런 건 그냥 의식 속의 최면이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다.

과천 청사의 건물들을 어마어마했다.
처음엔 아, 어디. 어디.를 혼자 궁시렁거리며 어렵사리 농림부 건물을 찾아갔다.
생각보다 절차는 간단했다.

전에 우체국 일을 할 적에 서버라는 괴물을 난생 처음보고 신기해 했던 적이 있었더랬는데, 농림부 전산실의 서버들에 비하면 우체국의 서버는 PC급이었다.
뭐, 서버라는 것이 어떻게 생겼다..라는 정도는 네트에서 헤엄치다가 사진으로 많이 보았으니 알았더랬는데, 그래도 실제로 보는 것은 무언가 새로운 깨우침을 주곤 한다.

건물의 밖에는 이사짐을 나르는 트럭 2대가 대기중이었고, 각 서버들은 전산실을 막 나와 하나하나 포장되고 있었다.
일단, 안내에 따라 지하의 대기실에 있었더랬는데, 아무래도 오래 걸려서 뭔가 싶어서 전산실을 구경갔다.


장관이었다.
대략 전산실 서버의 70%가 빠져 나간 상태였다.
한 쪽 구석에선 리눅스 페도라를 작동시키며 모니터 두개와 넓적한 컴퓨터를 이용해 백업 작업을 하고 있었다.
또 한 쪽 구석에선 바닥의 UTP선과 광케이블 정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토론을 하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한 쪽을 바라보자 거대한 UPS가 보였다.
UPS는 정전이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서버를 최소한 몇분 적도 작동시키도록 하는 일종의 배터리 역할을 한다.
네트를 돌아다니며 서버용 UPS는 본 적이 없고, 나는 PC용 UPS를 본 적이 있었더랬다.
PC가 고성능화되면서 서버용 UPS에서 아이디어를 따와 PC용이 만들어졌다고 했더랬다.
어쟀든, 우리집 김치(!!) 냉장고만한 UPS가 총 3대.
그 옆에서 선마이크로시스템의 생긴건 이상하게 생긴 데스크탑이 있었고.
그 옆에는 우리집 그냥 냉장고 보다도 큰 에어컨 두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에어컨 바람의 방향은 UTP선과 광케이블 그리고 전력선들이 모여있는 바닥을 향해 있었고, 윙~하는 소리는 어마어마했다.
에어컨을 자세히 보니 일일히 온도를 측정하고 있었고, 바람의 세기도 당연히 체크를 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또 다른 PC가 있었는데, 제조사는 알 수 없었다.
대부분의 서버가 나간 상태여서 서버들의 위치는 그냥 머리 속에 상상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한대의 서버는 전산실의 중앙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눈요기를 받고 있었다.
사람들은 케비넷인지 랙이라고 불러야 하는지..뭐, 하여간 서버를 두는 케비넷에 남은 장비를 어떻게 배열할 것인지를 얘기하고 있었다.
척 보아하니 IBM 어쩌고라고 쓰여있더랬다.
IBM 팬인 나는 살짝 설레이며 좀 더 다가가려고 했다가 그냥 멀리서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리고 문 바로 옆에는 네트워크 장비 두대가 초록색 LED를 깜빡거리며 그 와중에서도 자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다른 업체가 서버 포장 및 이전 작업을 모두 마친 뒤에 우리는 투입되었다.
바닥을 모두 들어내니 수많은 UTP선들과 광케이블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태어나 수많은 랜선들을 보았으나 그렇게 많은 랜선들은 난생 또 처음 보았더랬다. ;;
꼬이고 꼬여 정신이 없었으나 정부 관계자가 와서 하는 말이 서버에 쓰이는 UTP선과 광케이블선을 제외하고 치워달랜다.
한꺼번에 치우면 좀 좋았을 것을 쓰는 선을 냅두어야 했다.
네트워크 장비의 뒤 쪽에는 수도 없이 꼬여버린 광케이블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꼬임을 푸는데만 2시간이 꼬박 걸렸더랬다. ;;
광케이블은 10미터에 만오천원 가량 하는 고가의 케이블인데, 우리가 제거한 광케이블들은 50L 쓰레기 봉투 6봉지에 UTP선들과 담겨졌다.
처음에는 비싼 케이블이라고 재활용한다고 했다가 일의 진전이 없어 그냥 잘라버렸더랬다. (-_ㅡ;;)


이후에 아까 보았던 IBM 서버를 제대로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위에서부터 쭉 보아하니 하드디스크를 보아놓은 하드 랙이 보이고 이것저것..
(생각해보니 하드 랙 말곤 알아본 게 없었더랬다..;;)
그래도 그 녀석 굉장했다.
대충 적혀 있던 스펙으로는 어떤 CPU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4개가 들어가 있었고, 16기가 램에..
더 이상은 기억나지 않는다.
일주일 전의 기억이니 이미 어디론가 증발되었을 듯.

그 서버를 파워온시키니 윈도우즈 서버 2000이 들어있었더랬다.
처음에는 부팅이 안되어 난감해했다가 바이오스 설정을 조금 건드리고 해결보았다.


일을 하다가 알고보니 덩치 큰 배터리, UPS에 랜선 하나가 연결되어 있었다.
한 직원분이 잘랐다고 당황해 했더랬는데, 지금도 상당히 궁금하다.
UPS에 UTP선이 연결할 이유가 무엇인가??
아무리 혼자 생각해봐도 그닥 답이 나오지 않는다.




아래는 딴얘기.
아르바이트생은 총 3명이었다.
하지만, 나만 나이가 20세였을 뿐 다른 두분은 아버지께서 일을 도와달라고 하셔서 오신 30대, 40대분이셨더랬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정부에서 일하는 것은 아무 아르바이트생은 쓰지 못하게 되어 있대나 뭐라나..(-_ㅡ;;)
그래서 아르바이트 모집도 하지 않는단다..;;

한 아저씨 분께서는 아버지와 87년도에 여의도에서 일을 같이 하셨던 분이셨더랬다.
아버지가 대리이셨을 때 밑으로 입사하셨더랬다.
일이 끝나고 차를 타고 가면서 아저씨께서는 졸음이 올 것 같다라는 핑계로 아버지 얘기를 많이 꺼내셨더랬다.

당시 장비 하나가 고장이 났더랬는데.
그 장비를 사용하는 수 많은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더랬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고장난 장비 앞에서 당황하며 이리 뜯고 저리 뜯고 했을 터인데..
우리 아버지는 그 상황에서 갑자기 천장을 바라보며 사색에 빠지시더니..
사람들의 항의와 눈빛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생각하시다가.
장비를 뜯고 아주 천천히 장비를 고치셨노라고 했다.
그만큼 우리 아버지는 차분함의 정상에 다다르신 거북이인 나의 아버지셨더랬다.

그리고 뒤이어 온 말들.
아마, 내가 중학교 시절에 아버지는 참 아들 자랑을 많이 하셨더랬다.
공부 잘 한다, 특목고 간다 라고 했었던 거 같은데..라고 하시는 아저씨의 말씀에 난 또 과거의 필름을 꺼내버리고 말았더랬다.


이 놈의 말많은 버릇을 누가 좀 잡아주었으면 좋겠다. ;;



아래는 오랜만에 사진 추가.
한 백만년 만에 W-1의 메모리 스틱을 빼낸 것 같다.
많이 답답했을텐데..끌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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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과천청사역.

이건 그냥 폼이고, 난 당연히 또 버스 타고 서울을 질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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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가 청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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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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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입구라길래 들어가기 전에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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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소에서 출입증 받고 경찰들 눈치 보며 찰칵.

본래 수전증이 다소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만으로도 감지덕지.
(소니는 W-1에 손떨림 방지 기능을 추가해달라!! -> 이미 단종되었지만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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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청사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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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부는 저기.



아침에 찍으려고 했으나 도저히 눈치보여서 그냥 만족.



[까만거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