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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 1.0 글 모음/Ver.2.0

이수영 1집 'I Believe' 리뷰.



이수영 1집 'I Believe' - 내 마음대로 리뷰.


: 인트로에 해당하는 1번 'Issey Miyake' 는 신경이 곤두서며 무서운 반주가 흐른다.
그러나 2번의 Swan Song에서 갑자기 음이 치솟으며 신선함으로 청자에게 다가온다.
이어폰으로 듣다보면 놀랄 수도 있고, 1번 곡에서 졸렸다면 잠이 깰 수도 있다. (;;)

2번 곡에서 빠른 비트였다면 3번 Missing You 에서는 잔잔하지만, 아름답고 평화로운 음과 목소리가 전개된다.
자기 짝궁이 그립다라는 가사이며, 가사와는 달리 아름답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지만, 중간에 나오는 이수영의 높으면서도 높지 않은 고음부는 이 곡의 달콤한 맛이 나는 이유가 된다. 나중에 나오는 빠른 비트는 절로 몸을 흔들게 된다.

4번에는 친근한 I Believe가 나오는데, 어쩌면 유치할 수도 있는 가사지만, 그럴싸한 문구들로 음악을 들으며 상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다.

5번 트랙, Good Bye My Love.. 내가 이 앨범에서 두번째로 뽑는 최고의 곡. 애절함이 듬뿍 묻어있는 느낌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가사를 우물거리며 따라하다가도 그냥 목이 메이곤 한다. 음악을 듣다보면 자연스레 눈물이 나오려고 하기도 한다. 2.5집인 '그녀에게 감사해요'의 2번 트랙에는 2001년 콘서트에 녹음한 라이브 Good Bye My Love가 있는데, 이 곡 역시 절로 군침이 도는 곡이 된다. 옛날의 이수영 목소리에는 이런 깊고도 깊은 애절함이 노래 아니, 가사의 단어 하나하나에 절로 느껴지곤 했다.

6번 트랙, 소심.
소심.. 소심..
하지만, 노래의 주인공은 소심하지 않다.
아주 작은 마음 하나하나가 담겨있는 아름다운 곡이 된다.
이별에게 들켜버렸다라는 어쩌면 귀여움마저 느껴지는 재미나는 곡.
이수영의 고음부로 치솟는 목소리에 청자는 혹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 곡의 진맛은 난 벌써 잊었겠죠..라는 부분부터 시작된다.
내가 잊었어요..라고 말하지만, 진정 그녀는 잊은 것이 아닌 마음에 더 깊숙히 파고드는 그리움일 것이다.

소심에서 달콤함을 느끼고나면 왠지 낮은 반주가 시작되며, 이어서 낮은 이수영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7번 트랙, Foolish.
어쩌면 조금 답답함이 느껴질 수 있는 곡이 된다.
뭐, 1집의 모든 곡이 시련을 당한 여성을 주제로 한 곡들이기 때문에 답답함, 애절함 같은 것들이 느껴져 오지만, 이 곡은 주인공이 지치고 지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이 곡 역시 지금의 이수영에게는 들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가사와 그녀의 목소리가 합쳐져 애절함이 조용히 들려온다.

7번 트랙을 들으며 지루할까 싶었는데, 8번에서도 조용한 음과 목소리가 들려온다.
8번 트랙, 기다릴게.
하지만, 앞부분은 반주.
절정 부분을 위한 이수영의 목다듬음이랄까.
이수영의 높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높은 특유의 창법은 이 곡에서도 여전히 느낄 수 있다.
어쩌면 1집의 대부분의 곡들이 조용했다가 서서히 올라가 종지부를 찍고 마는 형태의 곡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애절함이 더 묻어나올 수도 있지만, 거기에 양념 역할을 하는 것이 이수영 특유의 창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기다릴게..라는 부분에서는 이수영이 곡을 부르고 고개를 떨구는 장면이 자연스레 상상된다.

그리고 조용한 피아노가 흐르고..
9번 트랙, 나무.
이수영의 곡들 중 가장 최고라고 생각하는 곡.
개인적으로는 QUEEN에게 보헤미안 랩소디가 있다면, 이수영에겐 나무가 있다..라고까지 생각한다.
처음 부분에서는 조용히 독백을 하다가 갑자기 고음부로 치솟으며(하지만, 여전히 높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이 곡의 절정 부분이 흘러나온다.
듣다가 갑자기 볼륨이 커져 놀랄 수도 있지만, 절정 부분이니 놀라야 한다. (응?)
내가 이 곡을 최고의 곡으로 뽑는 이유 역시 절정 부분의 가사 때문이다.

 나는 그대의 마음에 자라는 아주 여린 나무였어요
 이대로 그냥 시들지 않게 그대의 손길만 기다려 왔던거죠

특별히 가사 추가.
요즘의 신가요에서는 보일 수 없는 비유법이랄까?
아니, 이수영의 신곡에서도 보일 수 없는 비유법이며, 그다지 어렵지도 않지만, 많은 의미가 들어가 있는 듯 하면서도 아름다운 가사부라고 생각한다.
이대로 그냥 시들지 않게..
시들지 않게..

이 곡은 특별히 전체 가사를 첨부해 본다.

 아직은 많이 힘들어요 시간은 아무렇지 않은듯 차갑게 죽음보다 싸늘하게 지친 가슴속에 머물고
 그대를 미워할 수 없는 현실을 냉정하게 말해주죠
 세상이 다시 날 안아주는 날 이제 다시 없으것만 같아

 나는 그대의 마음에 자라는 아주 여린 나무였어요
 이대로 그냥 시들지 않게 그대의 손길만 기다려 왔던거죠

 이 만큼 빨리 자라나서 그대가 쉴 수 있는 그늘과 소나기 그댈 적실 수 없도록 품에 가득 안고 싶었는데
 거짓말이라고 돌아올거라고 바보같은 꿈을 꾸어요 이대로 그냥 시들지 않게 그대의 손길만 기다리고 있어요


그렇게 앨범의 막바지에 다가가게 된다.
10번 트랙, 여행.
하지만, 마지막 곡이라고 해서 틀을 벗어나진 않는다.
중간에 나오는 은은한 반주들이 이 곡의 매력이고, 이수영이 절정 부분을 노래할 때엔 절로 마음이 아려오기까지 한다.
이 느낌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다. (;;)
음.. 그래도 굳이 하자면.
이수영의 고음부에 맞추어 손과 고개를 움직여지고, 모든 행동이 중지된다.
그리고 곡의 결말에 다가오면 나도 같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군다.
반주가 은은히 흘러가며 나도 천천히 고개를 들고 하던 일을 진행한다.
이 정도?
아, 입 안에 군침이 돈다.


이렇게 인트로를 제외한 9 곡이 지나가면 I Believe의 MR이 등장한다.
다른 앨범의 MR이 그러하듯이 이수영의 목소리가 빠지고 반주가 은은히 흘러 나온다.
흔히 책을 모두 읽고 나면 책을 덮고 책의 내용을 떠올리고..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자리에 잠깐 앉아 명상 혹은 영화의 하일라이트를 떠올리듯이.
음반의 MR 부분은 그런 역할을 한다.
특히 I Believe의 MR은 너무나도 잘 짜여진 곡 구성 덕분에 듣는 자가 결코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 내 평이다.
이 MR을 듣다보면 이수영의 목소리에 가려져 듣지 못했던 맛깔스러운 반주 부분을 찾아내는 재미를 찾기도 한다.
그리고 원곡을 들으면 더 재미있고 감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묘미가 생기게 된다.
그런 이유로 나는 CD를 리핑할 때에 반드시 MR도 절대 빼놓지 않으며, 음반을 들은 후 MR은 필히 듣는 편이다.
만약 MR을 듣지 않으면 무언가 뻥..하고 뚫려버린 허전함이 느껴진다.


그렇게 MR도 끝나고나면 보너스 트랙인 12번, 13번 트랙이 흘러 나온다.
I Believe의 뮤직 비디오 버전과 Good Bye My Love의 새 버전이 나오는데, 이 두 트랙은 이수영의 1집 초판에는 들어 있지 않고, 재판에만 구성되어 있다.
이를 위해 나는 초판을 구입한 뒤 재판을 구입한 적이 있었는데, 재판은 미국 가는 친동생 같은 동생에게 선물로 주었다.

I Believe 뮤직비디오 버전은 별로 다른 것이 없고, Good Bye My Love가 새롭다.
아예 처음 시작 반주부터가 다른 음이 등장하는데, 내 애청곡이면서도 어느 것이 원곡인지 헷갈릴만큼 새 버전도 완벽함 그 자체를 자랑한다.
또한 대부분은 새버전을 만들 때 반주를 녹음하고 그 위해 가수의 목소리를 덮어 씌우는 형태를 하게 되는데, 이 Good Bye My Love는 이수영이 따로 반주에 맞추어서 노래를 녹음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새버전에서의 반주는 좀 더 웅장하고 중간에 등장하는 트럼펫 소리가 앨범의 마지막 피날레는 장식하는 듯 아주 맛깔스런 맛을 들려준다.
이 곡의 진면모는 이수영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쏘는 듯하면서도 둥글둥글한 그녀의 목소리를 좀 더 가까이 들을 수 있다.
순수함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는 원곡(5번 트랙)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음식에서 디저트를 먹듯이 Good Bye My Love의 새 버전은 그런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해서 이수영의 1집 I Believe는 막을 내리게 된다.
청자는 약 1시간에 가까운 여정을 하고 난 후 시디플레이어에서 시디를 꺼내면 시디를 넣을 때가 그러했듯이 하늘색에 구름이 있고, 작은 보라색 글씨로 Lee Soo Young 1st I Believe라고 쓰여 있는 시디를 만나게 된다.

이수영의 1집 I Believe..
음악..
그리고 지금의 이수영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그녀의 모습이 있는 앨범 자켓.



애절함을 아름다음으로 승화시킨 1집의 이수영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