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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 1.0 글 모음/Ver.2.4

전자레인지.

엄마와 아들이 점심을 차리고 있었더랬다.
아들은 전자레인지에서 가족들 중 자기만 좋아하는 오뎅이 데워지길 기다리고 있었고, '땡!'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열기 위해 버튼을 눌렀다.
꾸욱 눌렀지만, 오히려 버튼의 스프링이 튀어나올 듯한 기세를 하고 있더랬다.
다시 한번 꾸욱 누르자 그제서야 덜컹 하고 문을 열리었다.



아들: "엄마, 이거 상태가 정말 이상하네요."

엄마: "그러게. 오래 되어서 그런가봐."

아들: "여기 정수기 옆에 전자레인지 새거 있잖아요. 아빠가 중국에서 쓰다가 가져오신 거요. 이걸로 바꾸지 그래요?"

엄마: "아, 그렇긴 한데.."

아들: ..??

엄마: "요거하고 정이 들었거든.ㅋㅋ"

아들: ...???

엄마: "요거가 엄마 결혼할 때 산거니까 20년 된거잖아. 그러니까 정들었지."



엄마의 정들었다는 말에 응근슬쩍 놀란 나는 새로운 걸 발견한 듯이 재밌어했다.

정..

나는 엠피쓰리와 정이 들고, 컴퓨터와 정이 들고..
엄마는 전자레인지와 정이 드는구나.

아, 그러고 보니, 전에 청소기를 바꿀 적에도 그러했다.
IMF 이전에는 삼별에서 직원들에게 명절 때가 오면 싼 값에 자기들의 물건을 팔거나 주거나 했더랬다.
삼별의 자회사에서 다니시던 아버지도 때문에 여럿 사거나 받거나 하셨더랬고, 그 중 청소기가 있었더랬는데..

엄마는 19년 된 청소기를 고집하시고 쓰고 계셨고, 새 청소기는 때문에 10년 방치되어 구형이 되었더랬다.
그 때 엄마는 쓸 수 있는 건 계속 써야한다고 했지만, 아마 정이 들었다는 표현을 돌려하신 것은 아닐까??



엄마: "그리고 요즘에 '골드 스타' 쓰는 사람이 없잖아. 좀 더 쓸꺼야. 어디서 보니까 골드 스타를 가장 오래 쓴 사람을 모집했더니 26년 쓴 사람이 나왔데."

아들: ..??

엄마: "그 사람 이기려면 더 오래 써야해."

아들: ...;;;;



그리고 엄마의 승부욕을 보았다.

포스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