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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이야기 (칼럼)

[디지털] HTC 한국 지사 폐지. - HTC, 저무는 해인가.

HTC 한국 지사 폐지 소식.

 2012년 7월 30일자로 HTC의 한국 사무소, 한국 지사 폐지 소식으로 디지털 세계가 들썩거리네요. 많은 디지털 홀릭들에게 꽤 큰 이슈로 다가오는 듯 합니다.


블로거, 까만거북이가 HTC EVO 4G+ 를 처음 만났을 때의 사진.


 먼저, HTC는 대만의 스마트폰 전문 제조사입니다. HTC의 약자는 조금 당황스럽지만, 'High Tech Computer corporation'(하이 테크 컴퓨터 코포레이션; 높은 기술의 컴퓨터 기업)의 약자입니다.

 HTC는 1997년 설립되어 아이폰(iPhone)이나 안드로이드(Android)가 등장하기 이전에 윈도우즈 모바일(Windows Mobile) 시절부터 꾸준히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도하던 업체였습니다. 지금의 스마트폰 시장과는 달리 굉장히 소수만 사용하던 스마트폰 시절에 HTC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협력하여 폰을 잘 만들었더랬고, 이후 안드로이드의 세상이 열렸을 때, 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여, 한 때는 구글(Google)과 레퍼런스폰 즉, 기준이 되는 스마트폰을 만들며, 역시 시장을 선도했더랬지요.

 이후,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안드로이드 세계에서조차 HTC의 입지는 줄어들었고, 결국 얼마 전에는 미국의 R&D(Research & Development; 연구 개발) 센터와 브라질 지사를 접었던 과거가 있었습니다.


 여러가지로 HTC에게는 최근 1~2년이 힘든 한해였지요. 발표했었던 실적은 1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뚝 떨어졌고, 스마트폰 시장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이 양분되어 있었으나, 이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업체는 아시다시피 삼성전자가 되었습니다. HTC와 손을 잡고 레퍼런스폰을 만들던 구글은 이제 삼성전자와 손을 잡고, 레퍼런스폰을 만들고 있지요.

 레퍼런스폰은 말 그대로 기준의 되는 폰으로써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에서 타제조사에게 스마트폰 개발의 기준을 제시하는 셈이 됩니다. 결국 안드로이드폰을 가장 잘 만드는 업체에게 손을 내밀게 되어 있고, 이제는 그 자리에 삼성전자가 올라가 있는 셈이 되지요.

 HTC가 한국 시장에서 튈만한 실적을 내지 못하는 것이 한국 지사를 폐지하는 주원인이 될 수 있지만, 멀리서 보면, 결국 이제 여유가 없는 HTC에서는 정리할 거리를 찾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HTC가 아직 실패했다고 보기는 애매할 수 있지만, 이렇게 아래로 푹 꺼져버린 이유가 뭘까요. 제 페이스북에 이를 정리하다가 다시 블로그로 살짝 옮겨와 봅니다.

 첫번째, 센스UI를 너무 믿었다.
 '센스UI'란 안드로이드 초기 시절, 조악했던 유저 인터페이스(UI)를 개선하기 위해 HTC가 직접 만든 런처의 개념입니다. 안드로이드의 초기 시절에는 아이폰에 비교해 순정 상태의 디자인이 너무나도 조악했지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HTC는 센스UI라는 것을 만들고, 자사의 스마트폰에는 이를 탑재했습니다. 이는 꽤 그럴싸하게 작동했고, 썩 예쁘지는 않지만, 안드로이드 순정 상태보다는 나은 괜찮은 인터페이스였지요. 안드로이드 초기의 삼성전자가 갖지 못했던 HTC만의 강정이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이 센스UI 3.5 버전을 넘어서서 4.0 버전이 등장하고 있지요. 여하튼, 초기에 HTC만의 강점이었던 이 센스UI를 HTC는 사람들이 좋다좋다 하니까 진짜 좋은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HTC는 다른 제조사들은 노는 줄 알았지요. 삼성전자는 진작에 리를 보완하기 위해 역시 꾸준이 '터치위즈'를 개발하였고, 이미 아시다시피 삼성전자의 모든 안드로이드폰에는 이 터치위즈 기반의 인터페이스 런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같은 안드로이드폰이지만, 제조사마다 차이가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지요.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폰이 어른분들에게 특별히 사용하기 쉽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터치위즈 때문입니다.

 하여간에 HTC는 이를 너무 믿은 나머지 그 이후 그럴싸한 업그레이드도 없는 채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다른 회사는 노는 줄 알았나봅니다.


 두번째, 구글이 레퍼런스폰을 맡기니까 자만심에 부풀었다.

 안드로이드 초기 시절, 구글은 스마트폰의 선두 주자인 HTC에게 레퍼런스폰을 만들었고, 이는 HTC의 위상을 한층 올려주는 촉매제 역할을 하였습니다. 피쳐폰 시장에서는 약자였던 HTC가 물 만난 고기가 된 셈이었지요.

 하지만, HTC는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그 이후, 출시한 거의 대부분의 HTC폰들은 사용자들 사이에서 내구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디자이어HD 시절까지 이 전통(?)이 이어져 현재 많은 HTC 사용자들 혹은 사용자이었던 사람들은 크나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지요.

 이후, HTC가 노는 동안 삼성전자는 무섭게 커버렸고, 갤럭시S2부터는 실질적인 안드로이드 시장의 왕이 되어 있었습니다. 구글도 이를 알고, 레퍼런스폰을 맡기고, 심지어 레퍼런스폰의 이름에 갤럭시(Galaxy)라는 삼성전자만의 브랜드를 채용하기까지 했지요. 사실 이 이후, 구글이 준비한 크롬북 역시 삼성전자와 손을 잡고 출시하였지요. 

 여하튼, 이후 보여준 HTC만의 길은 최근 수년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세번째, 공대틱한 디자인만 고수했다.

 아시다시피 HTC의 디자인은 투박하기로 유명하지요. 제가 사용하는 EVO(이보) 4G+ 역시 툭 튀어나온 후면 카메라 부분과 카메라를 둘러싸면서 쓰여 있는 800만화소라고 자랑하는 부분, 센스UI 로고, 쓸떼없는 카메라 버튼 등이 그 증거이지요. 


네번째, 로컬라이징 따윈 없었다.

 한국 지사를 만들어두고, 이것저것 열심히 하는 듯 해보였지만, 사실 대한민국 제조사들에 비하면, 발끝도 쫓아오지 못했지요. 제가 사용하는 이보는 다행히 KT와의 협력으로 와이브로 전용 폰을 출시하기는 했으나, 그 안의 소프트웨어들, 애플리케이션들은 조악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다섯번째, HTC만의 시스템(HTC hub, Location 등등)을 시도했으나, 영 시원치 않았다.

 말 그대로입니다.



참고 (REFERENCE)

클리앙 > 새로운소식 > 외산 스마트폰업계, HTC 철수 선언에 충격
대만 HTC, 한국사무소 폐쇄 결정 | 연합뉴스
한국온지 1년만에 짐 싸는 세계 4위 HTC - 파이낸셜뉴스


포스팅 끝.
2012년 7월 31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