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구두 중독.
어제 구두 신고 뛰다가 발톱에 멍이 드는 수고를 겪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얼마전 친구와 했던 대화가 생각나 포스팅해봅니다..;;
. . .
거북이: 아.. 이 구두 바닥이 너무 딱딱해서 굳은 살 베겼어..킁;;
친구: 이구..그렇게도 구두가 좋으냐?
거북이: 이래뵈도 또각또각 소리가 좋잖냐..풋..
친구: 너 구두가 왜 좋은건데?
거북이: 말했잖냐.. 또각또각 소리가 좋다고..(키득키득)
친구: 그거 말고, 다른게 있을거 아냐.. 단순한 척 하기는..
거북이: 쩝.. 그냥 뭐.. 나를 억압하는 느낌이랄까? 제어할 수 있다랄까? 뭐, 그런거..?
친구: 훗.. 사실, 내가 너 자존심 상할까봐 얘기하지 않은건데..
거북이: 응?
친구: 내가 봤을 땐 너 속으로 어른의 상징을 구두로 보고 있는거 아냐? ㅋㅋ
거북이: 에??
친구: 아니, 그냥 그래보여서.. 너 고딩 때도 구두 신고 싶다고 종종 그랬었는데, 그 땐 막상 신으라니까 나이 타령했었잖아..훗..
거북이: 뭐, 그건 그거지..
친구: 에이, 아니다.. 너 또 생각할라..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라~ 생각하지 말고!
거북이: . . . (이미 생각모드 들어간 거북이..;;;;)
. . .
아..
그러고보니 저는 중딩때부터 구두 신는 어른들을 참 부러워 했었습니다..
아마, 중3때였던가..
고등학교 졸업식에 구두를 신고 정장을 입은 친척형을 속으론 그렇게도 부러워했구요..
주변에선 친척형에게 어른 다 되었다며 졸업식을 축하해주었고..
아마, 저는 그 형을 우상으로 삼아 고등학교를 입학했었습니다..훗..
그리고 고등학교에 들어와 끈질긴 전쟁을 버티었고..
하루하루 손 꼽으며 고등학교 졸업식을 기다렸으며..
전 친구들에게 졸업식날 구두 신고 정장 입고 오는거냐며 정말 애처럼 굴어댔었죠..;;
물론 애들에게는 너가 무슨 어른이냐며 놀림만 받았지만..;;끌끌..
그리고 이어진 졸업.
그리고 아버지께 웃지 못할 사연으로 받은 바닥 딱딱한 구두..
딱딱해서 굳은 살도 베기고..
어제처럼 멍까지 들었지만..
왜 저는 구두를 좋아하는걸까요?
마냥 또각또각 소리가 좋다고 하는 건 그냥 애다운 생각을 하고파서일까요?
아님, 정말 친구의 말처럼 또 다른 저는 어른의 상징을 구두로 삼고 있는걸까요?
+ 혹시, 내가 좋아하는 검은색도 그런 상징이 아닐까..
. . .
PS. 그나저나 한동안 구두는 못신겠네요..(-_ㅠ;;)
PS2. 오랜만에 운동화 신었더니 어색어색..;;
. . .
[까만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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