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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8월 11일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 . .
아버지께서 모자를 쓰라고 할 때엔.
거추장스럽다며 한사코 피하던 나였다.
그러나 막상 한두번 쓰고나니.
나는 24시간 모자를 머리에서 벗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 . .
짐을 들어 옮기다 바람에 모자가 날아갔다.
별것 중요한 것도 아니메
내 성격이라면 신경 쓸 것도 아니지만.
난 내 몸에 닿았던 것이라면 아닌 것 같아도 끔찍이 여기게 된다.
바위를 잘못 밟아 발바닥이 찢어졌는데도
아픈 지도 잘 모를만큼 둔하디 둔한 녀석.
그러나 한번 두번 몸에 닿은 그 어떤 것이든
사라지기라도 하면 그 어색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둔하면서도 예민함.
그건 참을 수 없는 어려움이다.
난 그런 이유로 내 몸에 닿았던 모든 것들을 잊지 못한다.
내 손목을 거쳐간 시계 하나하나.
내 손을 거쳐간 기기 하나하나 모두.
설사 그것이 사람이라 할지라도..
혹시 그 중 하나가 내게 상처 하나라도 줄라치면.
나는 가차없이 그것을 베어버린다.
그러나 그것은 흉내 내기일뿐.
사람이 태어나 먼지가 되는 것은 일순간.
그 순간에 거쳐 가는 것은 바다의 모래알보다도 작으니.
그러나 우리가 한 입에 먹는 과자 하나가 개미에게는 너무나도 버겁듯이
그것은 이 초라한 개인에게도 버거운 것이 된다.
. . .
[까만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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