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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 1.0 글 모음/Ver.2.0

악몽.




임시 블로그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니, 이제 제목 짓기도 머리가 아파지려고 한다.

맥주 한캔과 함께 포스팅을 하고 있으니, 이 글은 음주 포스팅.


악몽.

시험기간이 더불어서 겹치고 있지만, 이 몸은 별로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눈치이다.
그래도 요령껏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닌 것도 같다.
오로지 음악과 함께 하루하루를 연명할 뿐이다.
글로써 풀어해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어제 그렇게 잠에 들고는 쉽지 않은 밤을 보냈다.
부랴부랴 일어나 시작조차 하지 못한 실험 레포트를 진행했다.
알게 모르게 피곤이 찾아왔다.
갑자기 고도로 높히 올려버린 집중력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이렇게 초라한 내 자신을 보니, 철없이 안쓰러웠다.

피곤이 스스로 찾아왔지만, 레포트는 진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액체 저항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으나 내 검색 기술로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시간이 부족했다.
집중력도 최대한 올려 내 머리 속의 코어들을 모두 돌려댔으나 역부족이었다.
아무래도 어젯밤의 후유증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학교 갈 시간이 되어서는 어지러움과 동시에 육체적 피곤이라는 것이 내 몸을 감싸왔다.
하지만, 내 고2 때가 그러했듯이 쓰러지지 않기 위해 프레디에게 구원의 손길을 요청했다.
아휴, 쉽지 않다.

그렇게 도착한 학교에서의 수업은 만만치 않았다.
얼굴로 표현이 되기 시작했다.
 '나, 조금 힘들어요.'
이렇게..
형 앞이었기에 나는 웃음을 버리지 않았다.
어차피 다 힘든 인생 아닌가..

수업이 진행되고..
난 2학기 내내 그러하듯이 막장 필기를 시작했다.
그러다 눈이 감기는 것을 목격했다.
의지가 부족하구나!

그러다 교수님께서 다른 얘기를 하실 때쯤.
아주 잠깐.
정말 잠깐, 대략 10초쯤 눈이 감겼던 것 같다.


그 10초동안 엄청난 양의 정보가 내 머리를 스쳐갔다.
마치 영화 속에서 순간 이동을 하듯이 장면들이 휙휙 지나가더니, 그 장면들은 후에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다 내가 어느 난간에 걸터 앉아 있었다.
아주 익숙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난 늘 그랬듯이 아래를 봤다.
높다..
이건 몇 층 높이인지 알 수가 없다.
몇 미터인지도 감을 잡을 수 없고, 그냥 높았다.
12층 높이에 살고 있는 나이지만, 둔한 나는 여기가 얼마나 높은 곳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아래를 지켜본 내 눈은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으레 겁을 먹었다.
놀랜 나는 현실의 나와 함께 동시에 눈이 확 떠지고 말았다.

또 꾸고 말았다.
난간에 걸터 앉아 아래를 쳐다보는 꿈은 이제 현실인지 꿈인지 감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많이 꾸어왔다.
글을 쓰고 있다보니, 대체 지금까지의 나는 어떻게 세월을 살아왔는지 나조차도 의문이다.
이 녀석, 기특하다.


난 애초에 태어날 때부터 겁이란 것이 아주 많은 녀석이었다.
약 3살까지 엄마가 '포크레인!'이라고 외치며 울기부터 시작하였고, 아버지가 출장에서 오시면 엄마 뒤에 숨었다.;;
아부지는 왜 내 아들은 나한테 오지 않냐고 엄마에게 늘 물어보셨다.
난 알고보면 엄마를 너무 좋아했다.

눈이 오는 날.
다른 집의 애들은 모두 뛰어나가 강아지처럼 날뛰었지만, 나는 하늘에서 익숙하지 않은 것이 떨어지고 내 머리에 떨어지자 또 울기부터 시작했다.
그 때, 동네 아이들과 찍은 사진에 우는 아이는 나 뿐이었다.
난 알고보면 울음도 너무 많았더랬다.

초딩시절.
놀이터에서 놀다보면 애들은 뛰어내리기를 아주 좋아했더랬다.
난 여기서 뛸 수 있다! 난 저기서도 뛸 수 있어!
라면서 다들 여기저기서 뛰어내렸다.
나는 당췌 겁이 나서 뛰어내리지 못했고, 올라가도 다리만 후덜덜 떨다가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나래도 뛰어내리던 그런 곳을 나는 뛰지 못했다.

그런 나란 녀석이 고2 땐 난간에 걸터 앉았다.
세상의 모든 것이 부질 없다란 생각이 들었고, 난간에 걸터 앉았더랬다.
그런데, 정말 신기했다.
아래를 봐도 무섭지 않았었다.
그런 나를 신기해했지만, 이내 이런 걸 무서워하지 않는 내가 측은하게 느껴졌다.
영화처럼 그 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이후에도 세상의 모든 것이 부질없다란 생각이 든 나는 12층 높이의 우리 집이 겁나지 않았다.
난간에 걸터 앉아 아래를 보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떨어지면 그만. 이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내가 등을 돌리는 건 엄마가 생각날 때였다.


이제는 꿈인지 현실인지 감도 오지 않는다.
언젠가 친구의 동행에 의해 어느 상가의 옥상에 올라가 아래를 봤을 때..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더랬다.
그리고 애써 나는 "얼마 높지 않네."라고 말했더랬다.
친구는 그래도 겁은 나잖아. 라고 했더랬지만, 나는 애써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펼쳐져 있는 시내를 보고 생각에 잠겼더랬다.


그렇게 수업 도중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악몽을 꿔버린 나는 잠깐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머리를 부여잡았다.
최악이군..이러면서 다시 고개를 들고 수업에 참여했다.

이렇게 살고 있는 나는 그 어떤 이든 누군가의 앞에서 자신있게 감히 나보다 힘들다고 할 수 있는가! 라고 외치고 싶다.
외치고 싶다.
그러나 외치고 싶지 않다.

외치고 싶지만, 외친다는 것은 내 자신에 대해 측은함을 갖고 있다라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외치고 싶다고 하더라도 외칠 수 없다.

엄마의 눈에 실피가 터져 어무니의 눈이 빨개졌다.
엄마가 아껴오던 아르바이트를 하시던 분이 시급을 더 많이 주는 백화점으로 온긴다고 한 뒤부터 엄마는 스트레스가 쌓여 실피가 터졌다고 나에게 말을 해왔다.
엄마는 그 뒤로 머리가 아프시다면서 아부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이내 나에게 와서 스트레스가 많다고 하신다.
나는 엄마의 부탁으로 인터넷 웹사이트에 아르바이트 공지를 3개 올렸더랬다.

이렇게..
이렇게 다들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내 아픔은 또 한번 뒷전이 되어 엄마에게 오늘도 물어본다.
 "엄마, 눈은 괜찮아요?"


[까만거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