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부여잡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전화를 걸어 들은 친구들의 말들은 나를 서운하게 만들었다.
나는 애써 짜증나지 않은 척 좋은 소리들을 내뱉었지만, 아마 내 친구들은 알아챘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부족한 녀석이다.
이 못난 녀석.
여자 친구라는 것이 생겨버린 친구란 녀석들은 그네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참 아쉬움을 많이 남기는 말들을 내뱉는다.
그렇지 않아도 이해를 하고 있지만, 이해를 하면서도 아쉬움을 주는 친구들이 못내 미워지는 때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나는 친구들이 하나같이 애인을 만들고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이 마냥 보기 좋다.
오늘 시디피코리아에서 이벤트에 당첨된 걸 알게 되었고..
상품이 뮤지컬 티켓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단번에 나는 커플인 친구 녀석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아래 댓글들을 살펴보았다.
내가 2등이었는데, 3등은 젠하이져社의 MX400을 준단다.
지금은 만원도 하지 않는 이어폰인데, 지금의 나도 여분의 이어폰이 없어서 감칠맛이 나던 중이었다.
댓글에서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저, 2등인데요. 지방이어서 못 가겠네요. 3등이신 분들 이어폰과 바꿔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그 아래 또 다른 댓글이 있었다.
"저, 3등인데요. 이어폰보다는 문화 생활이 하고 싶네요. 요즘 한참 못했거든요. 2등이신 분들 교환하고 싶으신 분들 쪽지 부탁드립니다~"
흠..
흠..
그래도 이건 아니지 싶었다.
이어폰이 무슨 대수리오.
그보다 나에게 늘 버겁고 큰 우정을 선사하는 그들에게 하나라도 즐거움을 주는 것이 내 인생의 가치관이었다.
얼마전..
아르바이트와 시간이 부족해 데이트를 잘 하지 못하는 친구의 고민거리를 들었더랬다.
마음이 아팠다.
나는 애써 같이 즐길 수 있는 취미 생활을 즐겨보노라고 말했더랬지만, 나도 뒤돌아서서는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사회가 못내 싫었더랬다.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나이는 우리 역시 Shut Down이다.
Stand by가 아니라는 것이다.
때마침 잘 되었다.
그리고 나는 기분 좋게 티켓을 친구에게 챙겨주었다.
하지만, 여자 친구와 시간 문제로 끙끙 거리는 모습을 보니, 한숨이 나온다.
내 머리도 이제 데이터가 꽉 차서 주름이 생길 지경이다.
연애 한번 해본 적 없는 나에게 연애 고민거리를 말하는 친구들이 밉지는 않다.
하지만, 오늘은..
이제 나에게 그만 좀 하라고 목구멍까지 소리가 나오려고 했지만.
늘 그랬듯이 또 한번 삼키었다.
난 늘 부족한 인간이다.
잘 되었으면 그만이다.
처음이어서 그런지 불안해하기도 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것도 같은데, 기분 좋은 하루가 되길 바란다.
좋은 추억을 남기고 오길 바란다.
[까만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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