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머리가 커지면서 엄마는 우리 형제에게 불의 위험함을 늘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절대 가스렌지를 이용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찌개가 있더라도 가스렌지를 쓰지 못하고 다른 그릇에 담아 전자렌지를 이용했다.
난 중학교를 졸업하기까지 남들 다 끓여보는 라면 하나 끓여보지 못하고 졸업했더랬고..
졸업하기까지 가스렌지를 켜는 법도 모르고 끄는 법만 알고 졸업했더랬다..(-_ㅡ;;)
이후 남들 다 하는 가스렌지 켜는 법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든 후 가스렌지를 켜고 끄기를 했고 이후 생활은 그럴싸해졌다.
그 때, 인간이 불을 만나 얼마나 발전이 빨라졌는지를 실감하였다..(-> 바보;;)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래는 더더욱이 빨리 가스렌지를 켜고 끄기를 했다.
내가 하지 말라고 했더랬는데도 얘는 가스렌지를 더 잘 다루었다.
하도 덤벙대기를 잘 해서 사고 치지는 않을까..했는데, 그런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나보다도 라면을 먼저 끓이기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자기 좋아하는 짜파게티도 그럭저럭 잘 하고, 언젠가부터는 카레도 할 줄 안다면서 혼자 잘도 해먹더랬다.
고등학교 졸업 후 나도 욕심이 생겼다.
나래가 라면을 늘 끓여주었더랬지만, 나도 혼자 있을 때 한번 끓여보고자 했다.
그래서 끓여봤더랬다.
오, 그럴싸했다.
나도 라면을 제법 끓였다.
근데, 이건 우동 국물에 라면을 넣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맨탕이었다..(-_ㅡ;;)
이후 다시 시도해서, 한 세번째에 이르렀을 때 그럴싸한 라면이 등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맨탕이었다..(-_ㅜ;;)
그리고 이번이 네번째..
엄마가 부대찌개를 끓이고 가셨더랬는데, 요즘 우리집 라면은 바야흐로 컨버젼스(!!) 라면이 유행이다..(-> 아나;;ㅋㅋ'')
디지털 기기도 컨버젼스 시대 아니었던가..
카메라와 DMB, mp3p 가릴 것없이 휴대폰 하나로 모아지는!!
이제는 pc도 손바닥만한 크기로 작아지는..
그야말로 컨버스..
컨버스는 신발이고;;
컨버전스 시대가 오고 있다..!! (이미, 많이 왔다..;;)
시대에 발 맞추어 우리집 라면도 컨버전스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된장찌개에 라면 끓이기.
햄찌개(;;)에 라면 끓이기.
김치찌개에 라면 끓이기 등등..;;;;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나래와 아빠가 합작을 잘 해서 그럴싸한 라면이 등장한다.
엄마가 가시면서 남겨두신 부대찌개엔 햄 두 조각과 김치 몇조각.. 얼마 남지 않았더랬다. (-> 상세하다;;)
그래서 나도 응근히 욕심이 났다.
나야말로 디지털 컨버전스 매니아인데, 시대의 흐름을 무시할소냐!
그래서 도전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라면을 넣고, 물을 넣고 뚜껑을 닫고..
그리고 식탁에 잠깐 앉아 기다리려고 했는데, 그 상태로 얼음! 이 되어버렸다..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나중에 냄비에서 연기가 펑펑 나고 있는데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더랬다..;;;;
냄새도 슬슬 났던 것 같은데, 나는 정말 얼음 상태였다..(-_ㅜ;;)
요즘 정신이 나갔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나중에서야 화들짝 놀란 나는 다급히 가스렌지를 껐다.
그리고 연기가 마구 나고 있는 냄비 뚜껑을 열어 제쳤다.
연기가 갑자기 내 얼굴을 들이닥쳤다.
어머, 이런..
그리고 거실 쪽을 바라봤는데, 기겁했다..
거실 천장이 연기로 가득차 뿌옇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근데, 이 바보는 또 오, 이런거 처음봐..이러면서 잠깐 감상했다.
이내 바보같다..라는 걸 눈치 챈 나는 집에 있는 문이란 문은 모두 열기 시작했다.
뛰었다..
역시 뛰었다라는 것은 정말이지 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 근데 그 때 어무니, 아부지가 들어오셨더랬다..;;
우리 부모님은 예로부터 타이밍에 귀신이셨더랬다..(-_ㅡ;;)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이런 데에는 관대하시다.
냄비에 물을 담아야 한다고 하시고, 촛불을 피워 연기를 빼자고 하셨다.
우리 부모님은 참 많은 걸 아신다..@@;;
그리고 다음날.
난 까맣게 탄 냄비를 찍었다.
왠지 재미있길래..;;ㅋㅋ''
올리고보니, 좀 더럽..;;;;
이제..
다시는 라면 끓일 수가 없겠다..;;
또 겁먹었다..(-_ㅠ;;)
(덧붙임)
새 냄비를 사와야 한다..;;
[까만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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