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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 1.0 글 모음/Ver.2.0

나래의 손가락이 부러지다..




어제의 포스팅을 하면서 나래가 피구를 하다가 손가락을 삐었다고 끄적거렸더랬다.
(사실, 알고보니 배구랜다..;;)
그런데, 사실 손가락 상태가 삐었다고 하기엔 조금 더 부어있었다.
마음이 아팠지만, 괜찮다고 하니 자고 일어나면 낫겠지..라면서 나도 걱정을 조금 뺐더랬다.

아니, 근데 글쎄..

학교를 다녀온 나래의 손가락에는 붕대..
아니, 깁스??
데일밴드??
밴드는 아니고..
막대기??

아, 하여간 뭔가가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래한테 나래야 이거 사진찍자. 라고 해서 팡 찍은 사진이다.

이게 뭐야? 라고 물었더니..
어제 그 손가락이 그냥 손가락이 아니고, 부러진 거란다..;;

자초지총을 듣자하니..
아침에 일어났더니, 더 심하게 아프고 손가락은 두께가 두배가 되었다란다..
그래서 아빠한테 아프다고 짜증을 부렸댄다.
그리고 학교를 갔는데, 친구들이 화들짝 놀라며, 너 이 손가락을 왜 그냥 냅두고 있냐고 친구들이 더 난리법석을 떨었고, 결국 친구에게 만원을 꾸어 점심시간에 병원을 갔더란다..
근데, 병원 건물이 정전이 되어서..(-_ㅡ;;)
조금 있다가 다시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더랜다..
그랬더니, 의사가 놀라면서 여기 뼈가 튀어나오지 않았냐고 하더란다..
그래서 잘 안보이는데요? 라고 했더니, 의사가 이 손가락을 그냥 갖고 있는게 신기하더랬댄다..;;
그래서 약 받고 저렇게 막대기 씌우고 학교에 갔더랜다..


...

...


 "아니, 그럼 어제는 어떻게 참았어?"
 "아니, 난 그냥 조금 아팠지뭐.."
 "연필도 잡기 힘들거 아냐? (새끼 손가락 올리며) 이렇게 잡아?"
 "힘들지.. 아팡~ 힝.."
 "으이구.. 자기 손가락 부러진 것도 모르고.."
 "아, 체육 시간에 울었는데.. 체육 선생님이 손가락 필 수 있을 정도면 그냥 인대가 늘어난거래."
 "보건실은 안가봤고?"
 "보건실 선생님은 무슨 의학 용어만 설명하고 그래. 가긴 갔는데, 그 때도 괜찮다고 했어."

으..
내가 이래서 어른들에 대한 반감은 죽다가도 자연스레 생겨버린다.
애들이 얼마나 아픈가를 알지 못하는건가?
대체..끌끌..


그건 그렇고..
뼈가 부러진거면 아프기도 참 많이 아팠을텐데..
괜스레 측은함이 든다.
아프면서도 얘도 어제 배고프다면서 웃었드만..끌끌..

하긴, 얘도 태어날 적부터 자기 아픈 걸 숨겨오진 않았더랬다.
내가 고2 시절.
내가 야자를 끝내고 학원에서 오는 길에는 집에 엄마와 나래만 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중국에 계신 아부지와 전화만 하셨다하면 눈물을 쏟으시는 엄마를 붙잡고 나래가 엄마에게 "엄마가 울면 내 마음이 아파.."라고 했더랜다..

얘도 재롱 피울 수 있는 아빠가 없음에 마음이 아팠을텐데, 자신의 의지할 곳인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보고 더 마음이 쓰라렸을 것일테지..

그 땐 나래도 참 많이 웃지 않았다.
그저 오빠라는 나란 녀석은 동생을 더 챙겨주지 못하고, 자기 학교 생활에 치이고, 성적에 치이고, 집안의 임시 가장으로 치이고..
더 챙겨주지 못했던 것이 저 손가락을 보면서 많이 미안해진다..
더 생각해주고, 더 해줄 수 있었고, 한번 더 안아줄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

뭐, 생각해보면 그 아쉬움이 있기에..
난 오늘도 짜증내는 나래를 깨워 수행평가 대비하라고 하고, 그냥 널부러진 옷가지들 덕분에 늘 전쟁터인 나래방을 치우는 것 아닌가..
집에 오는 길에 붕어빵을 봐도 나래를 하나 더 주고 싶고..
누구에게 사탕 하나를 받아도 동생을 챙겨 주는 게 오빠 마음일지라..
다만, 살 찔까봐 엄마가 주지 말라길래 꾹 참지만..ㅎㅎ''


오늘 밤을 하얗게 불태우며, 퀸에게 의지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머리를 모두 돌려 과제를 했지만..
마음의 한 쪽 구석엔 또다른 생각이 돌았다..
나래가 자는 방에 들어가 이틀이나 썩고 있는 양말을 세탁기에 넣어주고..(-_ㅡ;;)
이불은 발로 뻥뻥 차길래 다시 덮어주고..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 오빠의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나래와 엄마는 나에게 의지했더랬고..
나는 의지할 곳을 잃어버린채 집 밖에서는 나와 학교와 씨름을 했더랬다.

그래서..
그래서 음악이 있어야만 했다.

누군가는 나에게 20GB의 멋진 mp3p가 있어서 좋겠다고 하고..
누군가는 왜 앨범을 사느냐고 하고..
퀸, 자우림을 왜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하지만..
그들이 있어야만 하기에 연명하는 것일테지..


마무리.


[까만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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