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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 1.0 글 모음/Ver.2.0

조나다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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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글 분명히 장문이 된다.
(이제 미리 써두고 해봐야지. ;;)


조나다에 대한 생각.

이 녀석을 만난지도 몇달이 넘어간다.
사실 존재 유무를 알았던 것은 2003년 전후였다.
그 땐 중학생의 용돈으로 거의 모든 PDA에 다가갈 수 없었다.
HPC는 그 중에서도 절대강자였는데, 저런 녀석 한대에 100만원을 호가했으므로 PDA 매니아들조차 꺼리던 영역이었다.


위 사진은 얼마전 썼던 독서감상문을 쓰기 위해 조나다를 놓고 그 옆에 메모지를 하나 두고 책을 읽던 모습이다.
조나다로는 개요 작성을 대략 하고, 메모지에는 감상문에 써야 할 내용들을 대충 끄적거리는 용도이다.
(뭐, 사실 딱히 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고, 생각나는 곳에 끄적거린다.)
그러다가 물 한모금 마시고 왔는데, 이 모습이 꽤나 인상깊어 이불도 제 멋대로였지만, 한 장 찰칵했다.



조나다 710.

저 녀석을 갖고 다니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뭐냐고 물어본다.
딱 보기에 노트북은 아니고 그렇다고 전자 사전은 아닐 두께를 지녔으니 궁금한 것이 어찌하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나는 이제 구찮기도 하고, 이런 거 설명하는 데 아주 신이 나서 자세히 말해줄만큼의 시기는 지나버렸다.
그만큼 열정이 빠진 것인지 이제는 해탈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냥 나는 "전자사전이야."라고 둘러댄다.
그도 그럴싸한 것이 영어 시간에만 주로 꺼내는 편이고, 가끔 수업 시간에 백과 사전 용도로 쓰기 위해 꺼내기도 하지만, 매번 그럴 때마다 보면 MDict라는 PDA 전용 사전이 켜 있으므로 대부분 아~ 라면서 지나간다.

대부분이 그러하지만, 그 중에 몇몇은 "이상하다. 꼭 보기에는 컴퓨터처럼 생겼어."라고 말한다.
그럼, 그 때서야 나는 "아, 사실은 HPC라고 하는 PDA 계열이다."라고 얘기하면 끄덕거리고는 가버린다.
나중에 어쩌다가 얘기하게 되었는데, PDA가 뭐냐고 물어보았더래서 "한 마디로 작은 컴퓨터라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했다.

이 쯤 얘기를 하면 상당히 부러워한다.
뭐, 게임도 할 수 있고, 사전 외의 용도로도 쓰이겠다라면서 신기해한다.

하지만, 내 조나다에는 사전과 note 외의 용도 프로그램은 거의 설치하지 않았다.
이 녀석의 용도는 정확히 정해져 있기 때문.
그 이상, 그 이하도 바라지 않는다.

그렇게 조금 소개를 해주면 자기도 이걸 사야겠다라는 둥, 사고 싶다라는 둥 말을 한다.
이 녀석을 이만큼 길들이기 위해서 하루 종일 고생한 것을 얘기해주면 얘기 쏙 들어갈텐데 말이다. (-_ㅡ;;)

그럼, 이제 진짜 생각 정리.


1. 윈도우즈도 대단하다.

이 녀석에 들어가 있는 OS는 윈도우즈 CE 이다.
(3.1인가 몇 버전인가는 잘 모르겠고, 그냥 HPC 버전이다.)
윈도우즈는 참 욕을 많이 먹는다.
나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OS 이다.
그러나 미워만 하지도 않는다.

이 녀석을 사용하다가 문득 만약 마이크로소프트가 없었다면..이라는 생각에 빠지자 아찔했다.
이 녀석이 없었다면 일단, 이 녀석이 나왔을지도 의문이지만, 샤프의 자우루스처럼 리눅스 OS를 달고 나왔을텐데, 과연 그나마 쉬웠을까?
게다가 제조사마다 다른 리눅스 버전을 달고 나올 것이 뻔한데, 과연 일반 사용자들이 다가갈 수 있었을까?

물론, 다른 쓸 만한 OS가 없어 윈도우즈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 녀석이 있었기에 그나마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애플,애플 하면서도 애플을 완전히 좋아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폐쇄적인 경영 철학.
바로 그들만 있었다면 이런 다양한 PDA나 HPC, 그리고 지금의 UMPC는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건 마소에 대한 생각이니 이쯤에서 끝을 낸다.



2. 내가 앞으로 가야할 길.

나는 전자공학도의 길을 밝고 있다.
내가 진정 하고 싶었던 것은 컴퓨터 공학이었으나 전자 공학과 컴퓨터 공학의 모호함은 이미 완전히 터득한 상태이다.
내가 앞으로 나가야할 길은 임베디드다.
그 분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여부도 정확하지 않고, 또 시간이 흐르면 어느 쪽으로 갈 지 모르는 것이 사람 인생이지만, 어쨌든 지금은 그러하다.

그런 점에서 이 녀석 조나다 710은 나에게 임베디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시켜 주고 있다.
말로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앞으로 디지털 디바이스를 만들게 되면 어떤 철학을 머리 속에 인지하고 만들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인터페이스는 어때야 하는지 등에 대한 생각들을 머리 속에 넣어주고 있다.
윈도우즈 CE를 사용하면서.
그리고 현재 출시되는 UMPC들을 보면서 향후 10년 후의 디바이스들을 상상하곤 한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내가 어떻게 하면 발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지.
선두에 서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적응하고 내 철학관이 정확한 것인지에 대한 확신만 서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조나다를 보면서 모든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녀석과 앞으로 오랜 시간 동침을 하면서 더 많은 깨달음을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3. 빨콩의 절실함.

HPC는 터치 스크린 형식의 액정을 지니고 있어 마우스가 필요치 않다.
하지만, 문제는 윈도우즈 CE의 인터페이스적 문제 때문에 손가락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데, 그럴때면 꼭 스타일러스를 꺼내야만 한다.
치명적인 단점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애플의 아이폰을 떠받치곤 한다.)

단점이고 뭐고, 내가 신기한건 사람의 적응력이다.
조나다로 워드 작업을 하고 있다 보면 마우스를 거의 안씀에도 불구하고 쓸 일이 생기곤 한다.
이 때 나도 모르게 G와 H 버튼 사이를 만지작 거린다.
울트라나브에는 바로 그 사이에 빨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_ㅡ;;)



4. 인간의 인생과 기기의 일대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

이번 포스팅에서 가장 쓰고 싶었던 부분이다.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느껴라."

내 학창시절에서 건너온 내 두번째 철학관이다.

조나다의 일대기를 보면 그러하다.

HP의 조나다 시리즈는 한 때를 풍미했던 PDA 시리즈의 모델명이다.
조나다 710은 미국판 720 시리즈의 한국판이고, 이전에는 600 시리즈, 이후에는 800 시리즈도 있었다.

어찌되었건 710 시리즈는 한 시대에 주목을 받았던 녀석이었다.
PDA 계열에서 키보드 자판이 있었던 모델이 드물었던 이유이고, 그러면서 그 당시의 대형 LCD를 장착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100만원을 전후하는 가격이었지만, 이 기기가 절실했던 소비자들에게는 가격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대를 풍미하면서 등장했던 것이 2001년도.
지금으로부터 약 7년이란 시간이 흐른 녀석이다.
출시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전용 동호회도 생겼고, 국내에도 HPC 동호회가 생겼더랬다.
조나다 710/720 전문 홈페이지가 개설되었으며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윈도우즈 CE 용 프로그램들을 개발했고, 많은 일반 사용자들은 이 녀석으로 일정 관리를 하기도 하고, 게임 및 그야말로 멀티미디어 시대를 미리 경험했다.

당시에는 PMP도 전무했고, 컴퓨터를 좀 아는 사람만이 PDA를 구입해 따로 인코딩 작업을 하여 거의 PDA로만 포터블 멀티미디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조나다 710의 LCD는 STN LCD로 TFT LCD와는 달리 밝기와 명도가 굉장히 떨어지는 LCD를 지녔다.
때문에 유저들 사이에선 암흑의 공간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되야 한다고도 말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터블 기기들이 전무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기기에 많은 애정을 주곤 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조나다 710은 점점 잊혀져 가기 시작했다.
노트북의 가격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10인치대의 소형 노트북의 가격 역시 점점 하락세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조나다의 유저들은 2005년도까지 탄탄한 층을 구성했으나 그 수는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UMPC의 연이은 등장으로 HPC의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렸다.
HPC 뿐만 아니라 PDA 시장은 거의 죽어벼렸다. (현재는 그렇다.)

현재는 일부 조나다 매니아들만이 이 녀석과 동침중이고 많은 과거 유저들은 물건을 팔거나 서랍 속에서 잠들게 해버렸다.

하지만, 미니 노트북 혹은 서브 노트북보다는 작은 워드 머신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옛날 과거에 비하면 훨씬 부족하지만, 여전히 사용자층이 존재한다.
심지어 A/S가 막힌 현재에 이르러서는 사용자 자가 A/S를 통해 살아나곤 한다.

조나다 710의 일대기는 그러했다.


내 조나다 710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금은 내 가방에서 외출을 함께 하는 기특한 녀석이지만, 이 녀석 역시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오고가며 많이 닳고 닳아버렸다.
STN LCD의 열악함은 원래부터 있었지만, 수명이 수명인만큼 백라이트는 많이 노화된 것 같고, LCD의 수명도 언제가 끝이 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역할을 끝까지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나는 경건해진다.


인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주변의 기대에 이루어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내게 된다.
여기가서 도움을 주고, 저기가서 도움을 주고 또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자기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등장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가치는 급속도로 낙하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퇴물 인정을 받는다.
하지만 끝끝내 자신의 역할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분명 쓸모있는 녀석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
그리고는 마지막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 누군가에게 예전보다 더 많고 깊은 사랑을 받는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런 들락날락했던 인생의 그래프도 막을 내린다.



(덧붙임)
어째 마무리가 엉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쉽게나마 예전에 찍었던 사진을 몇장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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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0 촬영.
컴퓨터와 영어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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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0 촬영.
왼쪽의 모디아와 조나다 동시 사용중.
현재 모디아는 다시 팔기 위해 준비중이고, 위 사진은 기술 문서 보면서 둘의 차이점을 파악하는 중이다.
(네이트온 대화창은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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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0 촬영.
모디아와 조나다 부팅된 모습.
모디아는 최종 세팅이 마무리된 상태이고 조나다는 하드 리셋한 초기화 상태.
모디아는 토요일 하루 종일을 날려 저 정도의 상태를 만들었더랬다.
중학교 말 때 PDA를 만진 경험이 있어 금방 할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오래 걸렸더랬다.
원래는 오른쪽의 조나다처럼 바탕화면이 있으나 HPC의 유명한 일정관리 프로그램 SQ를 이용해 스킨을 씌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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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1 촬영
역시 테스트중인 모습이다.
오른쪽 모디아 옆에 조나다의 스타일러스가 있고, 울트라나브 뒤에 조나다가 있다.
울트라나브와 조나다가 썩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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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4 촬영.
조나다에서 포켓도스 돌리는 모습.
영어, 영어, 영어.. (-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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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4 촬영.
사실, 포켓도스는 설치할 일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CUI 같은 인터페이스는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그런데 친구에게 이러이러한 기기가 지금 내 손에서 테스트중이다라고 하자 그럼 도스 게임도 돌아가냐고 묻길래 나도 궁금해서 인스톨을 시도하던 모습이다.
친구 녀석이 추억 속의 도스 게임을 오랜만에 보고싶었던 듯 모양이었다.
설치는 성공적으로 마쳤으나 실행은 불가능했다.
이유를 묻길래 에러 메세지를 보고 X86과 다른 환경의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한 듯 보인다라고 말하자 뭐냐고 되묻길래 얘가 부족해서 그렇다라고 둘러댔다. ;;


뭐, 사진들 하나하나가 그간 얼마나 막 살아왔나를 보여주는 듯 해서 마음이 아프다. ;;




[까만거북이]




  • Favicon of http://seoulakira.blogspot.com BlogIcon CEO감 2007.11.10 23:04

    음...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뭔가 답변을 해 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

    A역할에 관련해서 퇴물 취급을 받게 되었으면, 새롭게 B역할로 전환하면 간단합니다. 예를 들면 최모씨의 경우 프로그래머로는 이미 퇴물이지요...2,3년전만 해도 C#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했는데 요새 어린 개발자들이 닷넷 2.0이 어떻다 3.0이 어떻다 하면 저도 무슨 말 하는지 잘 몰라요...-_- (참로고 제가 C# 할 때는 닷넷 1.1의 시대였음)

    그럴 때는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로 새롭게 바꾸거나 하면 간단히 문제가 해결됩니다. 그리고 매니저 역할면에서 퇴물 취급 받으면 이번에는 CEO...그런 식으로 새롭게 변화해 가면 됩니다.

    단...그냥은 불가능하죠. 프로그래머 시절에 매니저의 시대를 잘 대비하지 않았다거나, 매니저 시대에 CEO시대를 대비하지 않았다거나 이런 경우에는 좋은 기회가 와도 그냥 놓쳐버리게 되죠...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은 사람한테 공짜로 기회를 주는 기업은 없죠...^^ 대부분의 인사 담당자들은 면접 30분 정도만 보면 '아 저 사람은 대비를 잘 했구나' 라고 금방 알아봅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금방 알아보죠...

    • Favicon of https://blackturtle2.net BlogIcon 까만거북이 2007.11.10 23:19 신고

      사진 몇개 추가하고나니 준열님의 댓글이 달렸네요. :)

      준열님의 포스트에서 잘 읽고 있습니다.
      제가 잘 아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루하루가 빠르게 변하는 개발자 인생이기 때문에 더 빠른 대비를 해야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그 길을 걸을 것 같아 사실 많이 두렵기도 합니다..;;킁)

      위 글을 쓰면서 뭐가 하나 빠진 것 같다..라면서 글을 마무리지었는데, 준열님이 바로 추가해주셨군요.
      대비..
      맞는 말씀입니다.
      대비를 해놓으면 간단히 문제가 해결되는데, 그렇지 못하면 이러쿵저러쿵 흘러가게되죠.

      하지만, 프로젝트 매니저에서는 조금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프로젝트 매니저를 회피하는 이유도 개발자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회피하는 것 아닌가요?
      개발자 -> PM 의 길을 걷기 위해선 어떤 대비를 해야하는지 선뜻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너무 멀리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생각을 안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훗..

      어쨌든, 잘 새겨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