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Ver 1.0 글 모음/Ver.2.4

여행 후 이어진 정리 작업_02 (초등학교 일기)

조금 생각해보니 여행 후 일을 먼저 쓰니 좀 거꾸로라는 생각도 든다. ;;
시작한 거 끝을 봐야 하니 계속 끄적.

정리하던 중 아주 오랫동안 보관한 초등학교 일기가 발견되었다.
그냥 간단히만 떠올려봐도 이 때의 일기는 '강'억지성 일기였는데, 어찌되었건 읽는 도중에 재미난 것들, 그리고 인상 깊은 것들이 있어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것이 초등학교 일기.
2학년, 그러니까 1996년 3,4월 일기부터 보관되어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림짐작으로 넘긴 첫장부터가 압권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아니, 그냥 태어날 때부터 운동, 체육과는 거리가 전혀 먼 사람이었는데, 초등학교 다닐 때 체육 시험은 항상 꽝이었다.
중학교 때도 다른 과목은 잘 받다가 남들은 점수를 받는 체육에서 나는 오히려 깎이곤 했다. ;;

저 일기에서도 체육 시험을 봤는데, 나는 잘 못해서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내용이었는데, 그 때 담임 선생님께서 '빨간' 글씨로 좋은 말씀을 써주셨다.

에휴..;;

그런 내가 자전거로 여행을 갔다 왔다.. (ㅡ_-)b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제: 나래 공부시키기.
이 때가 어쩌면 지금보다 나래에게 더 잘 해주었는지 모를 일이다.
저 때가 초등학교 2학년, 나래는 아마 6살.
그냥 내가 어릴적 내가 대견스러웠다.
대견스러웠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기에 저런 것도 발견되었는데, 난 저것이 분명히 기억난다.
아마 어릴 적 코엑스 기억에 그나마 가장 선명한 것일텐데,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어마어마하게 큰 티라노가 있더랬고, 뭐, 이곳저곳 움직이는 공룡 모형들이 많았다.
뭐, 그건 딴소리이고..

일기를 보면 형이 아니고 '형아'란다.
형아가 어쩌고.. 형아가 저쩌고..
뒤에 보니 5학년때까지 나는 형아라고 쓰는 것을 확인했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거 또 내 자랑인가;;

잘 기억해보면, 나는 아마 중2 때까지 신정때가 되면 부모님께 편지를 쓰곤 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일기에 쓰여있는 걸 보니 초등학교 2~3학년 때부터 썼었나보다.
어쩌다 시작한 것 같은데, 나는 알게 모르게 '편지'라는 것에 이끌려 쓰게 되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저런 것이 작은 효도의 시작인데, 지금의 나는 무얼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마냥 어릴 적 나보다도 못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알 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도 왠지 선명하게 기억난다.
어머니께서 아들에게 운동 신경이 너무 없다면서 작은 운동을 종종 시키셨는데, 이 날은 날 잡고 매일 운동을 하자며 아들을 얼떨 결에 다짐하게 하셨다.
그리고 저렇게 일기를 썼는데, 당연히(?) 그 날 뿐이고, 다음 날부터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난 왜 운동 안하지? 라고 생각만 하고 별로 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얘기를 꺼내지 않았는데, 아무렇지 않은 듯 TV를 보는 가족들을 보면서 참 재미있는 경우구나..라고 방에서 골똘히 생각했더랬다.

사실 더 중요한건.

이러한 것들이 기억난다..라는 것이 더 신기하다는 점이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기에 나래 얘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그 중 하나를 찰칵했다.
알고 보면 나는 내 또래 애들이 그러하듯이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더래서 일개 로봇이나 인형 따위보단 레고를 훨씬 더 좋아했다.
나만의 특징이 있다면 하나 만들면 본전 뽑을 때까지 거의 부수지 않는다라는 점.
저 때에는 아직 정체성 형성 시기여서 여러가지를 생각할 때였던 듯 하다. (-> 내 일기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

이 일기를 찍은 이유는 마지막 문구가 인상적이어서..

"저녁을 먹으려 나오니까 아빠께서 침 즘(좀) 튀기지 말면서 놀으라고(놀라고) 하셨다. 나래와 나는 하.하.하 웃고 말았다."

하.하.하. 웃고 말았다.

. . . (ㅡ_-)b

'어릴 때 일기지만, 눈에 보이는 작은 문법들이 거슬린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일기를 찍은 이유는 딱히 다른 건 아니고,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어서..
언제 일기인지를 찍어두지 않아서 안타깝다.

 "이 날도 기억에 남는 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별 특이한 문장은 아니지만, 왠지 지금의 내 문체와 유사한 듯 해서 찍어보았다.
내 문체라봐야 별 것은 없지만, 난 저런 문장을 좋아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 '타이타닉'을 보고 일기 겸 감상문 겸해서 쓴 듯 한 일기.
타이타닉은 이 때 봤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데, 그 이유라고 한다면 내 인생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본 영화이기 때문이랄까?
사실 일기에 써둔 것처럼 에어포스1이 있기는 하지만, 내가 정하기 나름이지. (응??)

정말 인상깊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봐도 타이타닉은 정말 잘 만든 그럴싸한 영화였다.
조금은 딴소리이지만, 이번 여행에서 배를 타면서 '타이타닉'이 꼭 한번 보고 싶더랬다.
조만간 DVD를 빌려서 챙겨 볼까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이 일기 보고 뒤집어졌다.

이 포스트의 위 쪽에도 써두었지만, 나는 어릴 적 내가 대견스러웠다..;;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단비.
내가 무언가를 탐구하는 과정에는 저런 과정이 있는 듯하다.

1달 전 가뭄 = 오랜만에 오는 비 = 단비 = 농촌에서는 반가운 비..

이런 식이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음..
왜 하필 정국이 이럴 때에 이런 일기를 봐 버렸는지..끌끌;;

어찌되었건, 어릴 적 나는 나도 잘 알다시피 정치, 경제에 꽤나 관심이 있었다.
나는 내 또래 애들이 보는 일개 6시 만화를 거의 보지 않았고, 아침에 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그런 것도 그닥 끌리는 맛이 없었다.
유일하게 보는 거라면 일요일 아침에 디즈니 만화를 좀 챙겨보았더랬다.
(지금에 와서 나쁜 점이라면 애들끼리 통하는 만화 얘기가 없다랄까..;;)

그래서 뉴스가 할 때면 옆에서 아버지를 응근히 귀찮게 했더랬다.
예를 들면, "정당이 뭐에요? 왜 있어요?" 이런 식의 질문..;;
뭐, 그래서 어린 나이에 머리가 조금 커지기도 했는데, 어쨌든 어릴 적의 나는 저러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은 몇 장 찍어두지 않았지만, 일기량은 상당했다.
2~4학년 때까지는 제법 꾸준히 쓰다가 5,6학년이 되면서 나란 사람도 결국 사람인지라 띄엄띄엄 쓰기 시작하더니 그렇게 끝나버렸다.


사실 이제 저 일기는 사진으로만이 남게 되었다.
이번에 정리 작업을 하면서 초등학교 때의 관련 물건들은 죄다 버리게 되었는데, 그 시작이 일기였다.

일개 별 볼일 없는 인생이지만, 전환점에서 섰을 때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을까?
게다가 저 일기장은 내 의지에 의해서 나온 것들이 아니었기에 별 의미가 없었다.

나 역시 버릴 때 한참을 고민했지만, 과감히 폐휴지 함에 넣어버렸다.
지금쯤 어디에 있을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