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를 시작하기 전에..
여행 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나 뿐만 아니라 방구조부터 시작하여 주변 정리도 끝났으며, 모든 게 깔끔 그 자체로 변하였다.
나는 그에 만족하며, 이제 올해 계획과 함께 여행기를 하루하루 작성할까 한다.
덧붙임) 생각해보면 좀 심하게 깔끔을 떨긴 했다.
클리너로 안보여서 닦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닦아버리고 책들도 일일히 먼지를 덜어냈으니..(-_ㅡ;;)
그 이전에 사진 몇가닥을 포스팅해야 할 것 같아서 이 포스팅을 시작함. :)
위 사진은 내 여행 동안 내 기록장이 되어 주었던 여행 일지용 노트.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키보드가 탑재되어 있는 HPC를 가지고 가야 하나..라는 것을 굉장히 고민했다.
여행 동안 많은 것을 기록하게 될텐데, HPC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라는 추측에서 고민하게 되었는데..
떠나기 바로 전날, 굳은 결심을 하고 이 노트 안에 손으로 직접 모든 걸 끄적거리겠노라..고 다짐하였다.
조금 무모하단 생각이 들었으나 HPC가 적지 않은 무게를 자랑하고 있었고, 이번만큼은 아날로그에 심취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행 후 나는 여행 이전과 180도 바뀌어 오히려 HPC를 팔아버릴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
그만큼 이 노트는 나에게 새롭고 큰 철학을 안겨 주었다.
하루 최소 2페이지에서 최고 10페이지까지 이르는 장수들을 써내려 가면서 효율성은 떨어졌지만, 작문과 메모의 매개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일상 모두 하나하나를 기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로 표현할 순 없지만, 작년 몇 달동안 무거운 HPC를 줄곧 들고 다녔던 내가 멍청해보였다.
딱 내 검지손가락 두께만한 이것을 모두 채운 그 날에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더 쓸 내용이 있을까봐 중간에 노트 하나를 더 구입했지만, 그 노트엔 채우지 않았다.
어찌되었건, 위 노트에 내 여행의 산물들이 담겨져 있고, 그 그럴싸한 것들과 사진들을 묶기 위한 것이 이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리는 이유가 된다.
이 노트의 첫 부분.
각종 준비 사항부터 준비물에 대한 목록을 작성했다.
그리고 이 노트의 중간 부분.
위 사진의 부분은 제주도에 도착한 다음날 밤에 작성했던 글이고, 제주도에서 첫 라이딩을 시작했던 날이었다.
글씨는 지렁이와 다를 것이 없지만,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_ㅡ;;)
. . .
이번 여행의 목적과 동기는 수 없이 많았고, 그에 따르는 상당수에 대한 답과 해결점을 찾고 돌아왔다.
그래서 나는 이번 여행이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하는 바이며, 또한, 다시는 이런 여행이 없을 것이라고 내 안에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들 중 유일하게 실패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완벽함의 절제' 이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이것은 내 성격상인지 태생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늘 완벽함을 갖추기 위해 부던히 노력하곤 한다.
누구나 그러한 것이지만은 그 점이 지나친 경우가 많아 내 안에서 내 목을 죄는 현상을 종종 발견하곤 했는데, 그 때문에 이번에 여행을 가면서 완벽하려는 성격을 버리고 오자..라는 목적을 세웠더랬다.
하지만, 돌아와서 본 결과 그것은 오히려 상반되어 이전보다 훨씬 더 완벽함을 갖추려는 성격으로 변해버렸다.
아래 사진은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 내가 설거지 한 모습을 찍은 사진..(-_ㅡ;;)
. . .;;
여행에서 돌아와 아무렇지 않게 설거지를 했더랬다.
오랜만에 해서 어색했지만, 이내 설거지를 끝내고 아무 생각 없이 돌아섰다가 뭔가 이상하다..싶어서 돌아보니, 그릇들과 접시, 컵이 일정한 배열로 정렬되어 있었다.
어라?..라는 생각으로 내가 한 행동에 나조차도 당황했더랬다.
그리고 포스팅을 위해 사진을 찍었다. (-_ㅡ;;)
사실 이전에도 어머니께서는 나래가 한 설거지와 내가 한 설거지를 구분하실 정도이긴 했다.
어머니 말씀은 나래가 자기가 설거지했다고 뻥을 친 적이 있었는데, 숟가락과 젓가락이 일정했고, 접시들과 그릇들이 각각의 위치에 있어 구분이 가능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하셨던 말씀은 아버지와 내가 한 설거지와 어머니와 나래가 한 설거지는 명백하게 구분이 된다..라는 것이었다.
뭐, 그 때에도 그렇긴 했다.
하지만, 여행 후에는 그 정도가 심해져 나는 여행 후 부엌의 그릇들과 접시들을 일정하게 맞추기도 했다. ;;
어찌되었건 황당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지만, 여행의 목적 중 실패한 유일한 것은 맞는 사실이다.
다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게 진짜 '나다움'이다.
중학교 때에는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심했더랬지만, 엉망진창인 고등학교를 보고 지쳐버려 내 완벽하려던 성격은 엉망이 되었는데, 지금은 한결 나아진 기분이랄까?
그와 동시에 유연성이 갖추어져 더욱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그리고 이 사진은 작년에 학교에서 주워 왔던 종이 조각.
아마 이공관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계단 벽에 한 동아리에서 기타/드럼/피아노 강좌를 무료로 해준다고 하는 안내문이 있었더랬다.
나는 평소에 피아노를 제대로 연습하지 않았던 것이 한에 맺혀 있었고, 실용 음악을 항상 배우고 싶었더랬다.
그래서 위 안내문을 보고 혹 하는 마음에 솔깃했다가 이내 생각을 접고 돌아왔더랬다.
그 후 이공관을 갈 때마다 저것이 보이곤 해서 뒤숭숭했다가 그냥 연락처는 뜯어서 갖고 왔는데, 이리저리 생각이 복잡하니 당췌 저 번호로 연락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렸더랬다.
그런 사연이 들린 종이 조각 하나를 보고 사진을 찍으니 어찌나 당황스러우면서 얼굴이 화끈거리던지..끌끌;;
. . .
그리고 아래는..
. . .;;
내 사진을 블로그에 올릴 줄이야. ;;
이 사진은 7월 어느 날에 갔다 온 선유도 공원에서 그럴싸하게 찍었던 사진.
같이 갔던 친구 녀석이 저기에서 폼 좀 잡아보라길래 마땅히 잡을 폼이 없어 내 W-1으로..(-_ㅡ;;)
그 녀석이 앞에서 꾸부정하게 앉아 사진을 두 방 찍었더랬는데, 그 녀석은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는 터라 이 때에도 필름 카메라였더랬다.
나만 보면, 사진 인화해서 주겠다, 주겠다..라고 말만 했더랬는데, 그냥 그런가보다..했다.
그러다 이 녀석, 아마 내가 여행을 다녀온 후에 몇 일 있지 않아 군대를 가게 되었는데, 그 전에 이 사진을 건네주고 가버렸다.
받으면서, 이걸 인제 주냐고 면박을 했더랬는데, 그래도 속으론 참 고마웠다. ㅋ'
(이 녀석, 아직 훈련소에 있을 것이다.)
참 사진이라는 것이 묘한 것이다.
날 찍은 사진이지만, 내가 대단해 보이는 것이 아니고, 이걸 찍던 그 녀석의 모습이 기억나니 말이다.
그래서 사진이라는 것은 재미있고, 추억의 산물인가..싶다.
그래서 나는 어디에 가서도 나란히 서서 기념 사진이나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나보다.
남들에게는 저 사진이 그냥 X폼 잡고 있는 나로 보이겠지만, 나는 저 사진을 보면, 그 녀석의 모습이 떠오르니 말이다.
주황색 티셔츠에 파란색 청바지를 입고 있었더랬다. :)
. . .
그리고 다시..
이제 여행기를 쓰면 되는 건가??
여행기를 쓰려고 하니, 여행 전보다 더 설레이면서 긴장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또 말이 많아질까 조심스럽다. (-_ㅠ;;)
포스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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