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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 1.0 글 모음/거북이의 이상한 자전거 전국일주 여행기

(2008.01.02) 그 세번째_라이딩 시작 그리고 사고.

들어가기 전에) 오늘은 즐겨찾기 정리를 했는데, 무슨 3시간이나 걸려서야 정리가 끝났다.
어림짐작으로는 파이어폭스 북마크에 등록된 개수만 300여개는 되는 듯 하다.
작년 여름방학 때 한바탕 해두어서 그래도 금방 끝난듯. :)
얼마 전에 포맷하면서 정말 즐겨 쓰던 파이어폭스 부가기능인 스크랩 기능에 해두었던 스크랩 자료들이 모두 날아가버렸는데..(백업하는 걸 깜빡..;;)
만약 그것까지 남았다면 500여개 이상은 되었을 듯.
(재미난 것은 모두 기억하고 종종 들어가본다는 사실이랄까..(-_ㅡ;;))


어제까지 준비에 관한 포스팅을 해두었으니 오늘에 으르러서야 본격적인 출발이 되겠다.
그럼, 포스팅 시작!




2008년 1월 2일 라이딩 시작.

원래 처음 계획은 첫날에 아남 방조제 근처까지 가는 것이 목적이었다.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거려 사진을 보면서 포스팅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일단, 옆에 노트를 펴보고..

일단 계획으로는 우리집 앞에 놓여있는 6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부천을 지나 39번 국도를 타다가 42번 국도로 전환하는 것이 첫날의 계획이었다.
출발은 원래 늘 자유를 갈망하는 나이니 그냥 편안하게 준비하다가 오후 1시쯤 집을 나섰다.
(그냥 나가기 구찮아하다가 슬슬 나왔더랬다. ;;)
집을 나오면서 참 묘했다.
이거 출발인가? 부터 시작해 뭐, 이렇게 어설픈 출발인가.. 등 묘하면서 익숙한 길로 라이딩을 시작했다.
난 차랑 같이 가는 길을 싫어해서 대부분 인도로 다니는데, 그 길이 참 쉽지 않다.
(뭐, 나중에 비하면 이런 길은 평범한 길에 불과하지만..)

출발부터 가방이 문제이긴 했다.
이전에 가방을 매달고 3kg 짜리 아령을 넣고 테스트 라이딩을 했더랬는데, 문제는 아령과 실제 짐들의 크기 차이였다.
그래서 자전거에서 가방이 내려앉았더랬다.
다급하게 자전거를 세우고 요령껏 보강을 하니 여행 막바지까지 가방이 끊어지는 일은 없었다.
사실 3kg자리 아령만 넣고 테스트 라이딩을 한 것도 문제였다.
실제 무게는 적어도 5kg 넘어더랬으니까.




라이딩 최악의 도시, 부천.

인천에서 부천을 거쳐가야 했다.
하지만, 알려져 있다시피 부천은 공장 천지인 도시 아니던가.
덕분에 라이딩 환경은 최악이었다.
이후에 돌아올 때에도 문제였지만, 자동차는 많고 게다가 대부분 산업용 차량들이니 크기도 만만치 않았다.
또한 도시가 엉망진창이어서 라이딩에 전혀 도움이 되진 않았다.
듣기로는 39번 국도가 괜찮다고 해서 그 전까지만 참자..싶었는데, 부천을 빠져나가는 데에만 굉장한 시간이 걸렸다.




첫날부터 이어진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던 사고.

첫날부터 사고가 났더랬다.
사실 출발 후 약 2시간 쯔음 지났을 때였는데, 그러니까 3시.
나는 인도로 라이딩을 하고 있었더랬는데, 왼쪽 골목에서 차가 튀어나왔다.
봉고차가 갑자기 튀어나왔는데, 브레이크를 다급히 잡았지만, 결국 박고 말았다.
보험처리에 의하면 문제는 나였다.
차의 옆을 내가 박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골목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나오지 않은 차도 문제였다.
어찌되었건 사고 원인이 문제겠는가.
차 운전자는 얼른 내려 나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나는 놀래서 잠깐 인도에 앉았더랬다.
나는 재빨리 명함부터 달라고 얘기했다. 이성은 있었던 듯..(-_ㅡ;;)

그 운전자는 외근을 나가던 중이었던터라 자신의 사내 다른 직원에게 연락을 취하고, 나는 잠깐을 쉬고 있었다.
나는 시간이 지난 후 괜찮다고 했는데, 그 쪽에서 나중에 보험 처리 등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근처 병원에 가서 확실하게 처리하자고 했다.
잠시 후 그 쪽 다른 직원이 왔고, 그 직원의 차량으로 근처의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의사에게 말하니 별건 아닌 것 같지만, X-Ray를 찍어보자고 해서 얼떨결에 X-Ray를 찍었더니 예상대로 가벼운 타박상 정도란다.
의사 왈, 지금은 괜찮은데 나중에 부울 수도 있으니 금방 가라앉을 수 있게 하는 약을 지어준단다.
약봉투 받아들고 그 직원차를 다시 타서 그 회사까지 들어갔다.
얘기 도중 내 전공을 듣고는 회사 구경도 시켜준단다. @@;;

회사는 전형적인 중소기업이었다.
작은 모터부를 만드는 기업이었는데, 그리 번들한 기업은 아니었고, 그냥 그러저러한 기업이었다.
부천에 그런 중소기업도 아닌 소기업들이 많은데 그런 회사들 중 하나였다.
커피를 먹으며 새해 첫날부터 좋지 않은 일이 있게 되어서 미안하고, 악운일지 모르지만, 악운이라기보다 첫날부터 땜질했다고 생각하자는 등의 얘기를 나누며 커피 한잔 마시고 일어났다.
일어나면서 악수를 하고, 명함을 주면서 우리 회사는 책임을 다하는 회사라면서 혹시 아냐, 학생이 대기업 들어가면 우리 회사랑 관련있게 될지..라면서 제법 심각한 얘기도 했다.
이로써 전공과 인생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시 차를 타고 내 자전거가 있는 쪽(사고가 났던 장소)에 돌아와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차를 박았을 때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 세게 박진 않아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이후 3일 동안 꾸준히 약을 먹었고, 후에 무리한 라이딩을 해서이기도 했지만, 허벅지가 종종 아프기도 해서 당황스러웠다.
무엇보다 그 때 정신이 혼미해진 것이 까마득했다.
교통 사고든 어떤 사고든 이래서 무서운 것인듯 했다.
박는 순간에 정신이 핑~ 하면서 절대 서있을 수가 없었고, 그냥 정신이 핑~ 했다.
다른 설명이 필요없었다.
이 상태로 라이딩은 못하겠다..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었다.
시간이 지나고 안정이 되니 그나마 서있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다.

뒷 얘기지만, 그 봉고차도 옆쪽이 움푹 들어갔다..(ㅡ_-)b

덧붙임) 사실 힘들고 뭐, 정신이 어떻고 후유증이 어떻고 하는 것보다도 가장 힘들었던 것 이후 부모님과의 통화였다.
여행의 조건으로 어머니께 문자메세지를 꼬박꼬박 보내기로 했었더랬는데, 여행 직후에 이건 아니다..싶어서 나는 여행 첫날부터 마지막에 강남 터미널에서 인천으로 라이딩 할 때까지 어머니께 하루 한번씩 꼬박꼬박 전화를 드렸다.
그것이 그나마 불효가 아니란 생각이었다.
하지만, 첫날부터 이 꼴이 나서 어머니께서 얼마 안갔네?..라고 하셨을 때 그냥 부천이 빠져나오기 힘들더라..라고 둘러대고 말았더랬다.
이게 가장 힘들었던 듯..(...)




사고가 있었지만, 라이딩은 계속..

사고가 난 후 이걸 계속 가야하나 아니면 지금이라도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라며 굉장히 갈등했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무슨 꼴인가..싶기도 하고, 내 자신이 나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강행군을 지속했다.
문제는 사고 처리를 하면서 3시간이나 소요를 하게 되어 이미 해가 넘어갈 듯 말 듯 하고 있었더랬다.
그런 후 부천을 간신히 빠져나왔지만, 국도 역시 그리 만만치 않았다.
해는 7시 이후 급격히 보이지 않게 되었고, 나는 야간 라이딩을 진행했다.
적어도 발안까지는 가야하는데, 그 전까지는 까마득했다.
발안은 커녕 그에 한참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최악 그 자체였다.
차들은 아직 경기도를 빠져나가지 못한 통인지 굉장히 많았고, 국도의 상태는 꽝이었다.
게다가 사고 후유증이 정신을 혼미하게 해 더더욱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문제는 라이딩 경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라이딩 경력이 있으신 분들도 야간 라이딩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나는 맨 땅에 헤딩이었다.
춥고 배고프고 그 자체.
첫날부터 나는 훈련의 최고봉에 달았던 것 같다. :(

중간에 주유소 식당에 들러 헬멧을 벗고 설렁탕을 시키자 오토바이를 타고 왔냐면서 대단하단다.
자전거 타고 왔는데요..라고 하면 기절할 것 같아서 그냥 그렇다고 했다. (-_ㅡ;;)

게다가 예정과 다른 국도를 타서 가는 동안 내내 이 길이 맞나..싶었더랬다.
자전거 라이딩을 하면서 이후에도 계속 느낀 것이었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거나 하는 것보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옳은 길인지를 모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것이 최악이었다.
조금 가다가 다시 지도 보고, 조금 가다가 다시 지도 보고..
아무리 봐도 이 길이 이 길이 아닌 것 같은데, 도로 표지판은 또 목적지가 제대로 표시되어 있고.
당췌 알 수 없다가 이후 PC방에 들렀을 때야 허탈해하며 내가 왔던 길을 알 수 있었다.

결국 9시가 넘어서까지 무리한 라이딩을 하면서 위치를 알지 못하는 시흥시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42번 국도를 타는 것까지는 성공을 하고 결국 시흥시 목감동까지 도착을 했다.
시골 그 자체였는데, 일단 동의 이름도 알지 못해서 PC방에 들어가 네이버 지도를 활용했다.
그리고 이 동네에 유일한 사우나가 있는 것을 알아냈다.
나와서 그곳으로 라이딩해 올라갔는데, 하필이면 이 날따라 휴무였다. (-_ㅡ;;)
황당해하면서 이를 어쩔까..하다 결국 첫날부터 여관에 들어갔다.
여관비는 25000원.

위에 쓰진 않았지만, 사실 국도가 엉망인데다가 차들은 일체 양보도 하지 않아서 굉장히 겁을 먹었더랬다.
첫날부터 죽을 고비까지 넘겨가며 힘든 여정을 하니, 이걸 왜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허망해하며 여행 첫 일지를 쓰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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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사고의 충격과 무리한 라이딩으로 거의 사진을 찍지 않았더랬다.

위 사진은 이번 라이딩의 첫 분기점이었던 6번 국도에서 39번 국도로 방향타를 돌릴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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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을 빠져나가던 지점.

여기까지가 산이어서 기진맥진..(-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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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패달질해서 올라와 왜 힘들지..라면서 뒤를 보니 내가 어딜 온건가..라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_ㅡ;;)
지금 봐도 믿기지 않는다.

아마 이 길부터가 잘못 들었던 것 같은데, 부천의 중심지인 부천역을 지나면서 길이 복잡해 헤매였던 것 같다.
그래서 길을 잘못 들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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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들을 찍은 장소에서 앞을 본 상태.
생태통로가 인상적이어서 찍었던 건가? . . . (본인도 모름. (-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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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금 앞으로 와서 시흥시.

사진 찍은 시간을 보니 5시 13분 51초란다.
디카의 시간은 믿지 않는 편이지만, 그냥 그렇다니까..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음.




어쨌든 이렇게해서 여행기 쓰기도 힘든 여행 첫날을 보내게 되었다. (-_ㅡ;;)
어떻게 생각하면 여행 첫날과 마지막날이 가장 힘들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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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도 출처: http://map.naver.com)



이동 경로
: 집 - 6번 - 39번 - 부천 - 42번 - 시흥시 목감동.

이동 거리(총 이동 거리) - 자전거로만 이동한 거리임.
: 32km(32km).



포스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