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Ver 1.0 글 모음/거북이의 이상한 자전거 전국일주 여행기

(2008.01.05) 그 일곱번째_당진에서 떠나 서산을 향해..

당진에 도착하기까지..

저번 포스팅에서 당진 얘기만 하고 포스팅을 끝내버렸는데, 사실 그렇게 끝내기는 무언가 허전한 여행이었다.
마자 얘기하자면, 당진에 가던 그 날에도 지쳐갔던 것 같다.
포스팅에서는 사진 찍고, 먹고 놀고 했던 것 같이 써두었지만..
이 포스팅을 쓰려고 어제 일지를 뒤적거려보자 현기증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삽교천 방조제를 지나면서 해안가에서 육지로 들어가게 되므로 자연스레 국도의 경사는 커지고 있었다.
육체적 한계가 도달하기 시작했고, 오르막으로 보이지 않는 도로도 좀처럼 가지 못하고 대부분 자전거를 끌어서 갔다.
머리에 피가 모자른 듯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고, 눈에 초점이 맞지 않았다.
눈에 초점이 맞지 않았던 건 예전에 새벽 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느 날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타고 당진에 도착한 것을 보면 참 용했다.
나도 일지를 보고서야 기억이 났는데, 찜질방이 보이는 횡단보도 앞에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라고 쓰여 있다. (;;)


그리고 금방 찾아버린 답안.

이걸 여기에 어떻게 포스팅해야 할까.. (...)

당진에 도착하면서 내 머리엔 슬슬 무언가가 도달하고 있었던 듯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엔가 그것이 머리 속에 도달해 머리를 바로 스쳐갔고, PC방에 들러 계획을 세우려 했으나 PC방은 커녕 나는 찜질방에 들어가자마자 나만의 공간을 찾으려 애썼다.
비교적 어렵게 어느 정도 빈 공간을 찾았더랬고, 가뜩이나 손님이 없어 더 한산했다.
우선 일지를 대충 끄적거리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린 후 친구의 PC 문제를 해결한 후 휴대폰을 끄고, 잠시 누워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펜을 들었는데..
한참을 써내려가다가 막을 지을 때쯤 페이지 수를 보니 일지를 쓴 3페이지를 제외하고, 8페이지 가량을 끄적거렸더랬다.
키보드 타이핑이면 이해 할 수 있을 텐데, 펜으로 이렇게 긴 글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 포스팅을 하기 위해 내가 끄적거린 글들을 슬금슬금 읽어보았는데, 당췌 어떻게 포스팅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이 내용을 그대로 타이핑 하자니, 글이 길어지고, 또 앞으로의 계획들까지 넣어 있어 좀처럼 들어내기란 쉽지 않은 듯 하다.

그래도 포스팅을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이 답안지의 3페이지까지만 타이핑하고자 한다.


... 타이핑하다가 중간에 중단하고, 올해 말에 이 부분은 다시 보충하고자 한다. ;;

그 때 다시 포스팅하기로..(...)



완벽히 바꿔버린 일주 계획.

답안을 내린 뒤 고민이었던 것은 그럼, 이제 인천에 돌아가야 하나?..라는 문제였다.
황당할 정도로 일찍 답을 내려버려 돌아갈까 말까를 한참을 고민했다.
게다가 당진 버스 터미널이 있어 인천으로 가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지금 답안이 나왔다한들 머리 속의 구상일 뿐이고, 마음 속의 일종의 병이라 불리는 것은 전혀 풀어지지 않았더랬다.
오히려 라이딩을 하면서 심신이 고단해 상태는 그닥 좋지 않았다.
그래서 슬금슬금 결정을 내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자전거를 이용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여행이 없을까..
자전거가 짐이 아닌 유쾌한 도구로써 사용될 수 있는 여행은 없을까.. 라는 고민을 했더랬다.


고민 끝에 찜질방에서 나와 일단 당진을 구경했다.
사실, 너무 작은 도시여서 구경할 것도 없지만, 나름 시내라고 보이는 곳을 자전거로 활보하고 다녔다.
그리곤 아침을 먹고, PC방에 들어가 다음 계획을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자여사 카페에서 어느 분의 제주도 일주 여행기를 보게 되었는데, 그것이 나에게 감초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아, 저거다..싶어서 제주도 일주 여행기를 쭉 살펴본 후 제주도 일주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PC방에서 나오려 했는데, 그러자니 또 무언가 엉성했다.
그래서 가만가만 있다가 그래도 이왕 시작한 자전거 전국일주인데, 반은 찍어야 하지 않겠어?..라는 심보로 목포까지 자전거를 타기로 결심했다.
(뭐, 이 계획도 나중에 수정을 하긴 하지만..)

그래서 PC방에서 나온 시각은 3시.
그 때 아마 4시간 정도 PC 앞에서 시간을 소비했던 것 같다.
6시 쯔음이 되면 해가 지기 시작하는데, 서산까지 거리는 약 30km였으므로 조금 뻑뻑한 계획이었지만, 라이딩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시작.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당진의 어느 PC방에 들어가 만났던 PC.
모니터가 22인치여서 화들짝 놀랐더랬다.

역시 와이드 모니터는 작업 효율성을 최고로 높혀준다. :)


사진 찍은 이유는 애플의 아이맥이 생각나서..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는 당진 버스 터미널.
그냥 타고 가도 될텐데..라는 생각으로 마지막까지 갈팡질팡했더랬다. :)
그리고는 사진 한방 찍고 바로 뒤돌아서 쭉 내려간 뒤 좌회전. 그리고 다시 좌회전.

제주도 이전의 기억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몇몇 장면은 생생하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산 가는 길.

역광이어서 사진에 잘 나오지 않았지만, 서산까지 27km.

어제 생각의 늪에 빠져버려 아침에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후에 끄적거리겠지만, 찜질방에 어찌나 코를 거는 사람이 많은지, 잠자리고 뭐고, 가장 불편했던 것 같다.
게다가 아침에는 어느 남매가 와서는 떠들어대서 머리가 아픈 와중에 잠이 깨어버렸다.

당진을 떠나기 직후부터 현기증이 찾아왔고, 기억에는 10km도 가지 않아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생명의 위험을 느꼈다랄까?
마치 음주 후 운전을 하는 것처럼 눈에 초점을 마추기 위해 라이딩 도중에 머리를 여러번 흔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위험한 짓이고, 미친 짓이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

하지만, 후에 낑낑대며 끌바로 올라간 오르막에서 본 노을은 화려했다.
아, '끌바'는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 걸 말한다.
(자여사 몇번 들어가다보니, 어느새 매니아들의 용어를..;;;;)

그 느낌..
고작 사진으로 저 정도 밖에 표현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정도로 힘든 여정 끝에 만난 석양은 정말 입에서 군침이 돌게 만들었다.
그냥 단순한 석양이 아닌 라이딩을 하다가 고개를 들면서 보이는 태양은 내 일생에서 보아 왔던 태양 중에 가장 아름다웠던 것 같다.

음..
문제는 라이딩 도중에 노을을 봤다는 것은 곧 야간 라이딩을 해야 한다는 말.
사실 좋아할 것도 없었다..
야간 라이딩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기에..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

여담이지만, 경기도에서 멀어질 수록 자동차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또한, 당진에서 서산 가는 국도 중 일부 구간은 최고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로코롬 내가 왔던 길. :)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림자샷은 항상 설레이기 마련이지.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음..
피식..
또 한번 피식..


라이딩 도중 돈을 줍다.

저건 국도 라이딩 중에 우연히 본 천원권 지폐..

사실 나는 떨어져 있거나 주인 없는 물건을 줍지 않는다.
예전에 만원권을 본 적도 있고, 오천원권도 여러번 보았지만, 한번 보고는 일부러 그냥 지나친다.
분명 어느 주인이 떨어뜨린 물건일 것이고, 기억이 나면 찾으러 올 것이 분명한데, 주인이 아닌 내가 줍는다는 것은 상식 외의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줍지 않으면 어느 몰지각한 사람이 몇초도 안되어 주울 것이 뻔하듯 뻔하지만, 어쨌든 나로 인해 어느 주인은 분명 다시 떨어뜨린 돈이나 물건을 되찾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나는 떨어져 있는 돈을 줍지 않는다.

그런데..

라이딩 도중에 천원권 지폐를 볼 줄이야..

자전거로 국도를 타고 가다가 지폐를 볼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계산이나 할 수 있을까?

혹시나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집 하나 없는 그냥 갈대밭이다.
여러번 비도 맞고 그랬던 것처럼 꼬깃꼬깃해져 있는 상태였고, 고민 끝에 내 인생 처음으로 돈을 주웠다. (ㅡ_-)b

주우면서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해서 일단,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후에 여행 일지에 가계부를 적을 때에 주운 돈은 어떻게 적어야 하나..해서 난감했다. (;;)



그리고 아래엔 영화 속인지 게임 속의 한 장면..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과 같은 태양이 보인다.

와..

와...

뭐라고 끄적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출 좀 더 올려서 한번 더 찰칵.

신비로움이 사라졌는 걸? ;;

이런 말이 있다.
세상 최고의 카메라와 렌즈의 조합은 바로 눈..이라는 말.

필름과 CCD(CMOS)에 해당하는 망막..
렌즈부에 해당하는 수정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카메라에 비유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

이 세가지의 조합으로 지상 최고의 카메라는 인간의 눈이라고 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수정체의 구조를 따라한 액체 렌즈의 개발이 여전히 진행중이라고..
(예전에 삼성 테크윈에선가 개발했더랬는데, 어찌되었는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을을 보고 바로 뒤에서 찍은 그림자샷. :)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저 바라만 볼 뿐..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도만 살짝 바꿔서..




또 글이 길어져 다음 포스팅으로..


포스팅 계속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