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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 1.0 글 모음/거북이의 이상한 자전거 전국일주 여행기

(2008.01.06) 그 아홉번째_새로운 계획.

여행기.
여행기를 쓰자. (-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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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위 사진..
앞 포스팅에 올렸던 사진이지만, 글을 끄적거리기 위해 불러들였다.


계획을 다시 세우다.

앞포스팅에 써 두었지만, 당진을 떠나 서산 오늘 길도 만만치 않았다.
애초에 자전거를 좀 좋아하고 그러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으니 당연히 국도 라이딩은 쉽지 않았다.
이제 와서 생각이지만, 첫 날에 사고만 없었어도 힘이 조금 더 났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다.
이 사고 때문에 제주도까지 가서도 체력이 많이 부족했더랬다.

당진을 떠나면서 현기증과 눈에 초점이 맞지 않는 비상사태가 벌어졌다.
이대로 라이딩을 해서는 안되겠다..싶어서 서산에 도착하면, 하루는 그냥 찜질방에서 몸을 녹이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서산 오는 길에 국도 라이딩은 정말 쓸떼없는 짓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위 사진.
저 끝을 보면 버스 한 대가 보이는데, 거기부터 이 국도에 갓길은 사라진다.
그리고 오른쪽 산을 타고 국도는 우회로 꺾이게 된다.
갓길이 없는 이유는 낙석을 방지한 벽 설치 때문.

갓길이 없는 구간 앞에서 꽤나 고민했다.
돌고 나서는 갓길 없는 구간이 그리 길지 않아 한시름 놓았더랬지만, 그 전에는 머리 속이 캄캄했다.
차가 없다고 해도 계속 몇 대씩 지나가는 꼴을 하고 있었고, 갓길이 전혀 없었기에 나는 2차선 도로를 타고 라이딩해야 했다.
이거 언제 가야 하지.. 언제 가야 하지.. 가도 될까.. 가긴 가는데, 혹시나 내가 보지 못한 차가 오면 어쩌지.. 그 보지 못한 차가 혹시 이 구간에서 시속 120 정도만 내도 날 보지 못할텐데.. 보더라도 이 구간에서는 절대 서지 못할텐데..
위 생각의 반복이었다. (;;)

한참을 갈등하다가 어차피 가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기어를 확 올리고 차가 내 눈에서 최대한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페달을 있는 힘껏 밟았..

..기어를 너무 올려서 자전거가 안가더랬다. (-_ㅡ;;)

그래서 다시..
기어를 적당히 올려서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
저 구간의 도로 구조상 차가 오면 자전거를 보고 놀라거나 서지 못할 확률이 커서 뒤를 계속 확인하고, 백미러를 주시하면서 그 구간을 탈출했다.


서산에 돌아와 다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목숨을 건 라이딩이라고 생각했는데, 갓길 없는 도로를 잠시 달려보니 정말 쓸떼없는 짓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자존심 따위라는 건 있어서 이왕 시작한 것인데, 목포는 가야 하지 않을까..싶다가 때려 치우고 마침 이 찜질방 바로 앞에 서산 터미널이 있어서 계획을 뒤집어 놓았다.



새로이 내놓은 계획은??

나는 인천 토박인데다가 어릴 적부터 학교-집, 학교-집 뿐이 알지 못해 인천 밖으로는 거의 나가보지 못했다.
그나마 인천이 서울과 붙어 있었기에 고등학교로 가면서 서울을 종종 가게 되었고, 조금 웃기지만, 내 취미와 관심사가 나의 시야를 트여주는 데에 한 몫을 했던 것 같다.
전자 기기에 관심을 쏟으면서 수 없이 많은 중고거래를 해야 했고, 대부분의 매물들이 서울에 있었기에 나는 몇천원도 아까워 내 발로 직접 판매자에게 가곤 했다.
덕분에 서울을 많이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각종 전시회 때문에라도 코엑스나 킨텍스를 많이 가보았던 것 같다.
07년도엔 이제 스무살도 되었고 하니 이곳 저곳 다니면서 내 시야는 급속도로 넓어졌고, 그나마 조금 트인 것 같다.

사실, 서울이나 외지를 많이 가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여행을 좋아하시는 아버지 덕분에 우리네 부모님은 내가 유모차를 탈 수 있을 정도의 나이가 될 때부터 코엑스를 밥 먹듯이 갔던 걸로 알고 있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에는 가족들이 모두 바쁘지 않을 때여서 최소한 2주일에 한번은 서울로 놀러가곤 했고, 여름이면 동해안을, 겨울이면 양평 눈썰매장을 갔던 것 같다.

문제는 아직 머리가 크지 않을 때여서 그런 좋은 경험들이 별 것 아닌거라 생각하고 잊어버렸고, 사실 생각이란 건 없었다.
게다가 중학교로 올라오면서 초등학교 때의 기억은 완전히 잊어버리려 했다는 것도 한 몫을 했던 것 같다.
(더군다나 얼마 전엔 초등학교 졸업 앨범도 분리수거함에 넣어버렸다. ;;;)
지금 생각해보면, 어디를 가건 아버지가 끄시는 차에서 잠만 자곤 했으니 무엇을 기억할리 만무했다.
어린 나이 때면 다들 그런가보다..싶은데도 나는 그 때의 시간이 너무도 안타깝다.

후에서야 머리가 크면서 아, 시야는 트여야해..라면서 네트 상에서 외국 여행기나 읽고 여기저기 정보들을 수집하면서 이제서야 머리가 좀 컸다는 생각이 든다. :)


여담이 길었는데, 어쨌든 나는 인천 토박이였다.
내가 한국을 안다고 하는 것도 수도권이었을 뿐, 그 외에는 그냥 여기저기서 듣고 배운 정보일뿐, 내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바 없으니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네트 상에서 헤엄을 치다가 이런 댓글을 본 적이 있다.

"지방에 있는 도시들을 서울을 위해 존재하는 듯 합니다.. 마치 광역시들이 서울특별시의 위성도시 같은 느낌이죠.."

그 정도인가??
나는 내 눈으로 확인한 바 없으니 그냥 의문만 갖었을 뿐이었다.


다른 이유는 도시 구경.
나란 녀석은 원래 도시라는 것에 꽤나 관심이 있다.
그냥 아주 오래 전부터 끙끙거리며 고민하는 것은 서울의 교통 체증을 어떻게하면 해결할 수 있는가..라는 것.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포스팅하기로 한다. :)



어쨌든, 그래서 이참에 각 주요 도시들을 돌아보면서 도시 구경을 해보기로 했다.

먼거리의 이동 수단은 버스.
도시 내에서의 이동 수단은 자전거.

각 주요 도시의 판단은 월드컵 경기장들이 들어선 도시들을 타겟으로 했고, 그 첫 타자는 대전.
그리고 두번째는 전주, 그 다음 광주였다.

하지만, 그렇게만 돌면 또 무언가 허전한 듯 하고, 마음풀이가 되지 않을 듯 싶어 제주도 일주를 계획에 첨가하였다.
목포를 찍고 배를 이용해 제주도를 찍기로 했다.

그런 후, 부산으로 가고, 울산을 찍은 뒤 대구를 찍고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와 집까지 라이딩 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특히 배를 이용하는 데에 많은 기대를 했다.
배를 타본지가 아마..
아마 내 기억에는 없다.
오래 전에 영종도를 가기 위해 한번 탔던 것 같은데, 그것도 초등학교 때의 기억이어서 어렴풋하다.


도시 내를 관찰하기 위해 경로 설정이 필요했는데, 그냥 간단하게 터미널에서 내려서 월드켭 경기장까지 간 후 각 월드컵 경기장마다 경기장 앞에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
그 정도면 도시 구경이 어느 정도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면밀하게 관찰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겉핥기식이지만, 그냥 그 정도 선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걱정이 있었다면, 자전거 여행도 처음이었지만, 버스에 싣고 하는 여행은 더더욱이 처음이어서 어떻게 해야 할까..가 고민이었다.
이 역시 자여사 카페에서 여행기를 읽어서 보완했다.


어쨌든, 이렇게 계획을 세운 뒤 서산에서 대전행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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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좀.. (...)

긴장한 탓에 고속이고 뭐고 아무거나..


11:40 표를 구입하고..


지금 여행 일지를 꺼내 읽어보니, 여행 후 많이 잊혀진 기억들이 생생하게 쓰여 있어 이것을 끄적도록 한다.


==========

서산에서 대전으로 점프. 그리고 전주로 2단 점프.

 전국일주라는 거창한 계획을 세웠더랬지만, 당진에서 완전히 새로운 계획을 세우면서 목포까지는 라이딩을 하기로 했었다. 국도에서 바이크 라이딩을 하면서 계속 같은 생각을 반복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이거 왜 한다고 했지?'였다.
처음에 그 생각이 들었을 때에는 '아, 의지력이 고갈되기 시작했구나.', '체력이 바닥났구나.'라는 생각을 했더랬는데, 이 여정의 이유와 목적을 떠올리게 되면서 여행의 일정을 완전 뒤짚어 버리기로 작정하였다.

 국도의 갓길에서 라이딩을 하면서 보니 나는 이번 여정으로 나를 테스트하는 것이 아닌 마음 풀기와 머리 포맷이라는 크게 두가지의 이유로 여행을 시작했더랬다.
내 상상에는 오른편에는 바다를, 왼편에는 산을 끼고 여유롭게 달리며 마음을 풀려고 했더랬는데, 당진까지 도달하면서 거친 여정은 과연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유로움 속에서 안정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과는 달리 나는 목숨을 걸고 국도 위에서 레이싱을 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의 목적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고 판단한 나는 바로 인천으로 돌아갈까 했찌만, 그렇게 되면 지금의 상태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곰곰히 고민을 한 끝에 목포까지는 바이크 라이딩을 해서 반쪽짜리 전국일주를 한 후 제주도 일주를 하려고 했다.

 그렇게 서산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당장 '아, 이건 아니구나.' 싶었다.
이전까지는 뒤숭숭하며 잘 모른 채 달리다가 갓길이 없는 국도를 달릴 때 이건 아니다..싶었다.
서산에 거의 가까워진 구간이었는데 표지판으로 '갓길 없음'이 몇번 보이더니 정말 갓길이 없어졌다.
산에 도로를 만들어 낙석 방지벽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갓길을 먹어버린 상태였다.
게다가 그 구간은 직선이 아닌 곡선 코너 구간이어서 나는 한참을 난감해 했다.
자전거 라이더가 아닌 자동차 운전자의 눈으로 잠깐 돌아가 이 구간을 돌아보았는데, 자전거에 라이트가 장착되어 있어도 자동차에서 그것을 확인하는 건 미지수였다.
만약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로 이 코너에 돌임하면 내 목숨은 파리 목숨과도 같았다.
이 구간을 돌고 아스트랄한 내리막이 있어 좋았지만, 그 순간에 나는 '아, 국도 위에서 자전거는 아니다.'라는 결론을 확정지었다.

 그러면서도 오늘 출발하기 전 한참 고민을 했다.
바이크 라이딩도 괜찮을 것 같은데..라고 하다가 내 자전거와 스포츠를 아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목숨 걸고 라이딩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이유라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인데, 뭐, 그런 것이 이전에는 중요했는가?
나만의 의미가 부여된 여정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각 월드컵 경기장에 도달하고 제주도 일주를 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은 그리고 지금까지의 경로를 조합하면..

 (그리고 경로에 대한 계획이 나옴.)

 - 자전거 전국일주 여행 일지 2008년 1월 6일자 일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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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이 길어져 다음으로 미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