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영상은 빌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으로써 마지막 날을 보낸다는 전제로 만든 코믹(!!) 동영상.
빌게이츠..
초등학교 시절에 컴퓨터라는 것이 가능성이 있는 듯 하여 아버지께 나도 게임 말고 다른 것도 할 수 있게 알려주세요..라고 부탁을 드렸던 적이 있었다.
그 이후 나는 MS-DOS를 알게 되었고, 복사, 붙여넣기, 잘라내기의 개념을 시작으로 도스 명령어를 알아갔던 것 같다.
하지만, 기억력이 짧고 영어와 거리가 멀었던 어린 나이였을지라 나는 도무지 그것들을 익힐 수 없었다.
그냥 알파벳 순서만 알아도 될텐데, 주민등록번호조차 외우기 깜깜해 했던 나는 도스 명령어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더랬다.
그래도 필요하기는해서 노트에 적어둔 후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꺼내서 치곤 했다.
여담이지만, 이웃 동생에게 내가 배운 것들을 알려주곤 했는데, 그 녀석은 나보다 한참 더 잘 외우곤 했다.
그리곤 이후엔 나보다도 PC를 잘 다루기도 했다. (-_ㅡ;;)
물론, GUI가 등장한 후 PC를 비교적 잘 알게 되어 현재에 이르러서는 나름 파워 유저라 자부할 수 있게 되었다.
어쨌든,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그 때에는 그래도 불만은 없었다.
그냥 컴퓨터라는 물건이 그런 줄만 알았지..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윈도우즈95라는 것이 등장했고, 나는 아주 즐겁게 그 명령어가 적힌 노트를 던져버렸다.
아이콘을 클릭 드래그해서 복사 및 붙여넣기가 가능한 GUI 방식의 운영체제는 놀라움, 신선함, 충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사실 충격이랄 것도 없었다.
나는 일찌감치 아버지 덕분에 윈도우즈3.1을 체험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윈도우즈3.1은 아버지께서 가끔 켜보시는 것뿐이었다.
게다가 프로그램도 빈약했고..
윈도우즈95가 등장한 후 내 노트를 던져버렸지만, 이내 다시 필요했다.
여전히 아버지께서 PC를 고치실 때에는 도스를 이용하셨으니 나는 그걸 보고 적어야만 했다. :(
시간이 흐르고 흘러..
윈도우즈98이 등장했고, 아마 내가 중2 때쯤 윈도우즈XP에 관한 얘기들이 돌았었다.
메뉴가 이뻐지기만 했지 별로 달라진 건 없다는 둥, 게임이 안된다는 둥 느리다는 둥 말이 많았더랬고, 아버지께서도 윈도우즈98 때처럼 설치를 서두르지 않으셨더랬다.
그리고 7년..
나는 지금도 윈도우즈XP 상의 파이어폭스 2.0 상에서 이 포스팅을 끄적거리고 있다.
사실, 중학교 때까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아버지 다음으로 빌게이츠였다.
나는 세상에 운영체제는 윈도우즈와 리눅스 뿐인 줄 알고 있었고, 리눅스는 프로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다.
그럼, 내 세계관에 윈도우즈는 말 그대로 왕이었다.
도스에서 시련을 겪었던 나는 윈도우즈가 등장한 후 빌게이츠를 존경했다.
세상 사람들에게 PC를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주었으며 이런 창의력에 대해 나는 마음 속으로 PC를 사용할 때마다 박수를 치곤 했다.
종종.. 아니, 자주 에러가 나고 문제가 생기면 대책없이 재부팅을 하고, 포맷은 의례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의식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때엔 컴퓨터라는 건 원래 그런 물건인가 싶었다.
컴퓨터라는 건 너무 복잡해서 자주 오류가 나고 다운도 먹고 포맷도 종종 해야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또 흐르고 흘러 컴퓨터의 세계를 더 넓은 시각에서 보기 시작했고, 애플의 존재와 리눅스의 존재, IBM의 존재 등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동시에 일종의 배신감을 차차 느끼기 시작했다.
PC를 사용하면서 오류가 나고 다운이 되는 현상은 컴퓨터라는 물건이 원래 그러한 것이 아니고 MS가 만들어낸 윈도우즈가 졸작이라는 판단이 섰다.
여전히 윈도우즈XP가 설치된 PC를 사용해 이러한 것들을 알아가게 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사용하고 있는 OS에게 배신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MS의 윈도우즈는 애플의 매킨토시를 베낀 것 뿐이었고, 그것은 MS-DOS도 마찬가지였다.
(여담이지만, 애플의 매킨토시도 제록스社의 그것을 베꼈다는 것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최초로 상용화에 시도한 것도 일종의 창의력이며, 혁명이다.)
더군다나 사용적 편리성과 효율성에서 윈도우즈는 다른 것들에 비해 좋은 점이 단 한가지도 존재하지 않았다.
정말 단 한가지도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래도 그러거니..라면서 매킨토시는 하드웨어를 같이 생산하는 것이니 안정성이 올라가는 것이겠거니..했지만, 리눅스를 보고, IBM의 OS/2를 보면서 윈도우즈에게 배려따윈 필요없다고 느껴졌다.
그들이 없어도 충분히 가능했고, 컴퓨터라는 건 원래 그런 물건이 아니다..라는 것이 충격이었다.
나는 어느 날 문득, 그 날이 떠올랐다.
아버지께서 이건 윈도우즈95 라는 건데 빌 게이츠라는 사람이 만든 거다..라고 말씀하셨던 날..
그 날 이후로 내 머리 속엔 빌게이츠 = 내가 두번째로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자리 잡혔다.
또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올해, 2008년.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퇴임하며, PC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써 남게될 뿐일 것이다.
이제 내 머리 속에 빌 게이츠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리고 MS는 이제 좋아하는 회사가 아니다.
하지만, 빌 게이츠와 그 동안의 MS는 높히 평가한다.
결국에는 그들 덕분에 1人 1PC의 세상이 왔다.
그래서 높히 평가한다.
조금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그들이 없었더라도 1人 1PC의 세계는 올 수 있었고, 어쩌면 더욱 멋진 운영체제가 지금 우리 눈 앞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경영인으로써의 빌 게이츠도 존경스럽다.
빌 게이츠가 떠난다라..
그가 떠난 후 IT 세계는 또 어떻게 펼쳐질까.
그가 있었던 MS는 멋진 기업이었는데, MS의 앞으로의 행보는 또 어떻게 될까.
CEO, 스티브 발머는 빌게이츠를 뛰어 넘는 업적을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그가 떠난다라는 기사를 접할 때의 내 느낌은 어떠할까.
덧붙임)
MS와 빌 게이츠에 관한 모든 얘기를 떠나서 한 기업의 CEO가 저런 코믹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그들의 철학이 부럽다.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매년 수 많은 청중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으로 제품을 소개하고..
MS의 구회장인 빌 게이츠는 저런 영상을 선보인다라..
절대 가진 자의 여유가 아닐 것이다.
망할 뻔 했던 애플에 1997년 스티브 잡스가 입사했을 때에도 그는 정장을 입었을 뿐이었고, 규모가 작았을 뿐이었지 CEO 본인이 직접 나서서 제품을 소개했다.
열정이 있는 경영인이 몸 담고 있는 기업은 빛나는 법이다.
덧붙임2) 동영상에서 U2 보노가 이용하는 휴대폰이 블랙잭?? @@;;
덧붙임3) 글을 쓰고 보니, 역시 세상은 알면 알수록 생각만 많아지는 듯 하다.
포스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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