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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 1.0 글 모음/거북이의 이상한 자전거 전국일주 여행기

(2008.01.14) 그 마흔번째_제주도 - 제주시로 가다.

결국 내 힘에 이기지 못하고..

어제처럼 편의점에서 몸을 떨면서 아침을 먹었다.
몸살에 추워서 손을 떨다보니, 국물을 쏟기도 하고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제주도까지 와서 일주는 꼭 해야한다는 바보 같은 생각에 그 몸을 이끌고 자전거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지금에서 말이지만, 아마 그 때 계획대로 라이딩을 했다면, 필히 도중에 쓰러지고 말았을 것이다.

어쨌든, 아침을 해결하고 라이딩 전에 자전거의 상태를 살피던 중 편의점 앞에 선 택시에서 운전사 아저씨께서 내리시며, 나에게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었더랬다.
제주시까지 가노라고 했더니, 이 비에 갈 수 있겠느냐..라고 물었고, 상술 가득해 보였지만 그런가보다 했다.
하지만, 아저씨께서는 비가 와서 힘들겠다고 했고, 나는 고개를 흔들다가 얼마에 가느냐고 물었더랬다.

이게 실수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천만 다행이다.)
아저씨 말로는 성산에서 제주까지 가는 데에는 보통 2만원으로 쳐준다고 한다.
원래 km로 하면 더 나오지만, 보통 그렇게 한다고 한다.
거기다가 자전거와 함께 가니 5천원 추가해서 25000원에 제주시의 찜질방까지 가주겠다고 하신다.
음..

넘어갔다. (;;)
그러겠다고 하자 아저씨께서는 바퀴만 빼달라고 하시고 자전거와 물건들을 모두 손수 트렁크에 넣고 줄로 묶어서 고정시키셨다.
이 때부터 나는 자기합리화하면서 '그래, 몸이 아프니까 어쩔 수 없어.', '다음에 다시 와서 라이딩하지무얼.' 이러며 택시에 몸을 맡겼다.



하지만, 다시 엉뚱한 오기가 생겨..

택시로 제주시를 가던 중에도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자동차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거침없이 도로를 달렸다.
내가 자전거로 가려던 길을 자동차가 가니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자동차의 속도계를 보면서 이동거리를 체크하고, 자전거로 왔으면 얼마나 걸렸을까? 라면서 당황스러워 했더랬다.

하지만, 찝찝함은 계속 이어졌다.
제주도의 3/4을 일주해놓고 나머지는 택시를??
제주시가 가까워지는 안내판을 볼수록 점점 답답함이 몰려왔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꽉 채워 왔다.
하지만, 몸에서 나는 열을 보면 내려서 다시 달리기도 애매했다.

그런 생각이 반복되는 와중에 어제 만난 아버지와 아들을 창문으로 보게 되었다.
그들은 꾸역꾸역 페달을 밟으며 제주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거리로 봐선 내가 성산 일출봉에 올랐을 8시쯤에 출발한 것 같았다.

한없이 부끄러워지면서 이게 뭐하는건가..싶었다.
그와 동시에 '아니다. 여기서부터라도 내가 페달을 밟아서 가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저씨께 부탁했다.
아무래도 이렇게 집에 가면 찝찝할 것 같아서 도저히 안되겠노라고 하고, 택시비는 15000원에 하면 안되겠느냐고 물었다.
아저씨는 조금 있으면 도착하는데, 괜찮겠느냐..라면서 2만원에 합의를 보기로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자동차로 가면 20분이면 제주 시내로 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였더랬다.
내가 죄송하다, 죄송하다고 하는데, 아저씨는 오히려 여행하는 마음 아니까 괜찮다고 하시면서 기분 좋게 대해 주셨다.
나 아닌 다른 손님있었으면 제주시까지 갔을 거리였고 내가 운전사라면 꽤나 기분이 좋지 않았을 법한데, 그런 내색 안하시고 좋게 넘어가 주셔서 감사히 생각했다.

중간에 내려서 아저씨는 자전거를 풀어주셨고, 조심히 가라면서 아저씨는 제주시 방향으로 직진했다.
나는 택시를 타고 오던 중 발견했던 제주시 10km 도로 표지판에서부터 시작하기 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10km부터 제주시까지 페달을 밟았다.
비록 10km지만, 이렇게라도 달려야지 싶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여기까지 이렇게 온 것에 많은 후회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성산까지 라이딩해서 갈 수는 없는 일.
내 자신에게 많은 화가 났지만, 라이딩하며 차분히 가라앉혀 제주시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나중 얘기지만, 후에는 이 택시를 탔던 내 자신에 너무나도 감사히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쓰러져 제주도의 어느 병원에 몸을 담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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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10km 도로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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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쓸 자전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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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서울로 바로 가는 길임?? @@;;


(...;;)



의외로 넓었던 제주시.

여행 첫날에 밟았던 제주 시내였지만, 그 때는 주변이 캄캄하기도 했고, 할아버님들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제주시의 규모를 알 수 없었다.
그냥 주변 건물들이 생각보다 크구나..싶은 정도.

10km가 남았다고 해서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내 자전거 속도계에서 이동거리 10km는 이미 한참을 넘은 상태였다.
게다가 몹쓸 지도는 쓸만도 못해서 당췌 여기가 어딘지 알 수가 없어 편의점에서 레쓰비 한 캔을 사며 지도를 들이밀고 여기가 어디느냐고 물었다.

결국 제주시 안에서만 약 2시간 라이딩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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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길에 본 선사 유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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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면 구경해볼까 싶었는데, 공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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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보기만 해도 추웠지만, 그래도 아래까지 내려가서 구경하고 올라왔더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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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제주 박물관.

이것도 무료면 볼까 했는데..
분명히 휴일이 아닌데에도 불구하고 문은 닫혀 있었다. (-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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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청.



제주도. 그리고 인천.

제주도를 여행하며 좋은 인상이 들었고, 이 정도면 제주도는 경제력도 어느 정도 있고, 제주시도 그럴 것 같고..
그러면 제주시청은 어마어마하겠구나..싶었으나..

제주시청을 보고 내 눈이 의심스러웠다.
아주 검소함 그 자체.
뭐, 제주특별자치도청이 또 있어서 저렇게 작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되면 결국 인천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특별자치도청의 규모 역시 크지 않다.)

인천광역시의 부평구청과 계양구청.
좀 배워야 하지 않을까?

난 중학생 시절, 부평구청을 보았을 때 대체 무엇을 하길래 저렇게 규모가 큰 걸까..하고 들어가보았지만, 안에는 텅텅 비어 있었고, 일부 문화 시설로 이용하고 있었지만, 그 활용도는 매우 적었다.
황당 그 자체였고 시민들 세금 걷어서 이런 거나 짓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부평 구청의 바로 옆에 위치한 늘 부족한 시설인 북구 도서관이나 구청 건물과 바꾸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시민들이 우선이지 구청 관계자들이 우선이오??
도서관에는 시민들이 앉을 곳이 없어 북적거리는데, 구청은 텅텅 비어서 공기 탱크 역할하는 것이오??
구청 건물과 도서관 건물을 바꾸면 안성맞춤일 듯 싶은데..


그리고 후에 지어진 계양구청.
계양구청이 새로 지어진다는 말에 설레였던 나는 막상 건축된 계양구청 건물을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구청의 규모를 보고, 무슨 국회의사당인 줄 알았더랬다. (...)
정말 그 어마어마한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어쩌면 인천시청보다도 더 큰 규모일 것이다.
(면적이 아닌 층수로.)
그리고 계양구청 역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를 보기 위해 둘러보았는데..
그 초라했던 부평구청보다도 더 활용도가 떨어졌다.

이 여행기를 쓰는 시점에서 얼마 전에 계양구청을 지날 일이 있어 멀리감치 바라보니..
아니다 다를까 계양구청 꼭대기엔 무슨무슨 웨딩홀이라는 광고판이 붙어있었더랬다.
공간이 남아도니, 임대를 주는 것일테지.


다시 제주도..
우리나라의 유일한 특별 자치도로 선정되어 있는 제주도.
그래서 나는 그들이 무언가 많은 혜택이 있을거라 생각했고, 겉모습을 보면 또 그러했다.

하지만, 실속은 그렇지 않았다.
찜질방에서 보았던 제주 전용 방송에서는 관광 이외의 먹거리에 의해 고민하고 있었고, 1차 산업과 3차 산업에 지나치게 치우쳐진 제주도의 산업 구조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제주도에서 키우는 인재들은 모두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영 득을 못 보고 있었고, 2차 산업을 키우고 싶으나 물류비용에 대한 적자는 생각보다 굉장한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차 산업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박물관 등의 테마파크 조성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으며, 그와 동시에 대중교통의 효율성을 위해 거리에 따른 요금제 도입 등의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보면서 제주도에 자연스럽게 정이 갔다.

같은 한국이면서도 이렇게 비교가 될 수 있는 것인지 다소 답답함이 느껴졌더랬다.



다시 용두 해수랜드 찜질방으로..

제주시내를 지나면서 고민을 좀 했다.
7시에 인천과 부산으로 가는 배가 있는데, 기다렸다가 그것을 타고 집이든 부산이든 가볼까.
아니면, 찜질방에서 몸을 좀 추스리고 떠날까..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으며 살짝 고민했다가 이대로 집에 가기는 '전국일주'라는 이름이 아까우니 부산으로 향하기로 결정했더랬고, 부산으로 가려면 이 몸으로는 갈 수 없으니 찜질방에서 하루 지내고 떠나기로 결정했다.

제주 시내에 찜질방은 여럿 있지만, 첫날 머물렀던 용두암 앞에 있는 찜질방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이유인즉, 승진형이 첫째날 찜질방을 나오면서 그 찜질방의 지하에 침대가 있다는 말을 했더랬는데, 같은 돈을 내고 바닥에서 잠든 나는 꽤나 억울했더랬다.
그래서 다시 용두 해수랜드로..

여기 용두 해수랜드는 정말 그럴싸했는데, 확실치 않지만, 총 4개층으로 되어 있고, 4층은 남자 목욕탕, 3층은 여자목욕탕 , 2층은 찜질방, 1층은 로비, 지하는 작은 찜질방과 수면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목욕탕이 깨끗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찜질방이 최고였다.
창문은 통유리로 되어 있는데, 제주도의 바다가 광활하게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최고의 풍경이었다.
따뜻한 곳에서 차가운 바다 바람을 맞지 않고도 바다를 감상할 수 있고, 종종 여객기가 착륙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찜질방은 소금방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온도별로 방이 나누어져 있어 끌리는 곳으로 들어가면 된다.
지하의 작은 찜질방은 가족들과 아이들로 인해 시끄러운 위층 찜질방이 싫은 사람들은 위해 있는 듯 했고, 2층 침대가 들어선 수면실로 구성되어 있었다.

찜질방에 도착하자 긴장이 풀리면서 몸 안의 열은 더 올라왔다.
씻지도 않고, 지하로 당장 달려가 수면실을 찾았다.
2층 침대가 쭉 들어선 수면실은 나름 그럴싸했다.
위에서 자면 왠지 재미있을테니, 그렇게 했더랬다. :)

기억에 한 3시쯤 도착해서 아마 5시까지 잠에 들었던 것 같다.
낮잠을 잘 못자는 습성(;;)때문인지 엎치락 뒤치락이었더랬다.
위 층으로 올라가 찜질방에서 잠을 청했다.
40℃, 50℃ 등의 각 온도별로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었는데, 40℃는 별 뜨겁지도 않더랬다.
어쨌든, 찜질방에서 두어시간을 자고 나와 다시 지하로 내려가 잠을 청하면서 몸이 조금씩 나아졌다.
찜질방 내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50도로 추정되는 찜질방에서 잤다가 나왔다가를 몇시간 반복하니 이제야 몸이 좀 괜찮아진 듯 했다.

찜질방 내에 위치한 PC를 이용해 네트를 항해하면서 부산과 대구, 울산의 지리를 파악했다.
여행일지를 대충 쓴 후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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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도 출처: http://map.naver.com)




이동 경로( '-' :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 / '=' : 버스로 이동한 거리 / '~~~' : 배로 이동한 거리)
: 성산리 성산읍 - 성산 일출봉 === 김녕 - 1132번 - 제주시 - 용두암 해수랜드


이동 거리(총 이동 거리) - 자전거로만 이동한 거리임.
: 28.69km(426km)



포스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