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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 1.0 글 모음/거북이의 이상한 자전거 전국일주 여행기

(2008.01.16) 그 마흔일곱번째_대구로의 점프 그리고 부산 이야기.

대구로 점프.

서두른다 서두른다 했지만, 당연히 하루 만에 대구, 울산까지 찍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도 늦은 시각이었으므로 빨리 대구로 떠나야 했다.

친구 녀석의 잘못된 정보로 잠깐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그냥 넘어가고 대구로 후다닥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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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 가게 이름이 '애플'이라길래 인상적(!)이어서..

혹시 한국에 애플 스토어가 못들어 오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 아닐까..??

. . . (-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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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두번째 터미널이어서 그런지 규모는 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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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 대구,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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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밤에 대구 도착.

뭔지 모르지만, 그럴싸하게 생겨서 멀리 보이는 탑 찰칵.




부산 이야기.

놀라웠던 부산광역시의 규모.

사실 부산에 가기 전에는 왜 부산이 그리 대단한 것인가 알지 못했더랬다.
부산이 왜 제2의 서울이라고 불리는걸까..하고 궁금해 했다.

그리고 실제로 본 부산은 과연 제2의 서울이었다.
그 규모면에서 굉장했다.
인천이 왜 부산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항구를 중심으로 고층 빌딩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고, 수 많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자동차들의 수는 해가 뜨면서 늘어났고, 버스를 사용하는 시민들의 수도 많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천과의 비교는 무리였다.



하지만 이내 실망하고만 부산.

하지만, 거대한 규모의 부산에 나는 굉장히 실망하고 돌아왔다.
너무도 실망해서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도시의 규모는 굉장했으나 그 규모에 따르는 모양새를 갖추지 않은 곳이 부산이었다.
물론 부산의 모든 곳을 보지 못했으니 내 시야가 좁은지는 알 수 없으나 그래도 부산에서 30km를 자전거로 돌아다녔으니 제법 돌아다닌 셈이다.

먼저, 도시의 부지 구성이 엉망이었다.
월드컵 경기장 주변도 그러했지만, 둘러보는 즉슨 여기가 주거 부지인지 상업 부지인지 공업 부지인지 알 수 없었고, 때문에 각 부지별 특징에 따라 지원되야 할 도시의 서비스는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은 국내 경제 성장과 도시 성장이 급한 산업화로 인해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었으므로 마치 서울의 강북이 그러하듯이 인정한다.
그런 후에 바라본 부산은 더욱 실망적이었다.
도로 정비는 엉망이었고, 체계적인 무언가가 전혀 잡혀있지 않았다.
그냥 부산을 표현할 때 '엉망'이라는 단어의 표현이 딱이었다.
부산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부산을 표현하곤 할 때 '엉망', '틀이 없는 곳'이라는 표현을 썼더랬는데,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더불어 시민에 대한 배려가 너무도 적었다.
시민 전체적으로 봐도 그러했지만, 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내 관찰에 의하면 그 어떤 도시보다도 부족했다.
수 많은 인도의 턱부터 시작해서 지하철에는 엘리베이터는 커녕 있어도 없는 듯한 장애인용 에스컬레이터도 부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인도 자체가 엉망이기 때문에 자전거 뿐만 아니라 휠체어는 당췌 돌아다닐 수 없는 모양새였다.
마치 부산은 도시에서 장애인은 살지 말고 부산을 떠나라..라고 외치는 듯 했다.
물론, 그런 지원들이 늘어난다고 해서 장애인들이 편히 도시를 활보하고 다닐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나마 있는 것들도 사용상에 불안함이 퍼져있고, 여전히 버스 등의 대중교통에 문제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굉장하다.
이건 배려의 일종이다.

그 외에 시민 전체적인 시야로 보면, 타도시에 비해 서비스의 질 향상에 욕심이 없는 듯 해보였다.
무엇보다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므로 시민에 대한 서비스 질 향상은 도시 경영에 있어 필수이다.
대중교통 서비스의 질 향상이 그 대표적인데, 이후 갔었던 울산과 대구에 비하면 부산은 너무도 부족했다.
동시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을 자주 볼 수 있었던 대전을 생각한다면 더더욱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이렇게까지 부산에 대해 평가 절하를 하는 것은 바로 부산의 규모 때문이다.
제2의 서울의 규모를 갖추었으면 그만한 모양새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 진리이거늘, 부산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만약 이것이 경제적인 문제로 본다면 더더욱이 설득력이 사라진다.
그렇다면 대구, 울산, 대전 등의 경제 규모가 부산보다 높아야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모순이 된다.

체계적인 도시 설계도 그러하다.
도시의 역사가 오래되면 그것의 설계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기존의 것들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사용자 친화적인 설계로 바꾸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길은 존재한다.
예를 들면, 갓길 주차를 하고 있는 차량들 대한 제재를 강화시킨다면 일단 도로 정비에서 한걸음 다가갈 수 있고, 노점상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좁았던 인도는 다시 원상태로 보다 넓어질 수 있다.
일전에 설치해둔 각 신호등과 횡단보도를 재정비하고, 건물이 재건축에 들어갈 때의 검토도 보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분명히 불법으로 지어지는 건물의 규격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와 가로수를 재정비함과 동시에 버스와 택시의 정류장의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재구성한다.

도시 전문가가 아닌 내 머리 속에도 이런 다양한 재설계를 위한 길이 나오는데, 방법이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절대 도시를 뒤엎어버리지 않고도 미래 지향적으로 도시를 재구성할 수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부산을 보면서 부산의 모습이 곧 대한민국 전체의 모습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은 마치 도시 경제만 키우면 된다 라는 식으로 도시 운영을 하고 있었다.
이는 마치 현재의 한국 정황과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경제만 키우면.. 경제만 키우면..

또한 내 관심사인 IT로 넘어와도 이치가 어느 정도 들어 맞게 된다.
국내 유명 전자기기 제조사들은 대부분 '팔리면 그 뿐'이라는 심보를 갖고 있다.
'팔리면 그만.', '많이 팔아서 많이 벌면 그만.'라는 요상한 철학을 갖고 있다.
덕분에 국내 제조사들에서는 명품이란 명품이 나오지 않는다.

휴대폰 분야에서 노키아는 세계 명실당부한 1위를 차지한다.
그들이 전화만 되는 휴대폰을 만들어서 1위를 한 것이 결코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 그 포인트를 잡아냈고, 그 포인트에 맞추어서 제품을 개발했기 때문에 그들은 시장 점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노키아가 이렇기만 하다면 그들은 대단한 기업이라 할 수 없다.
그들은 그와 동시에 미래 지향적인 휴대폰을 개발하고 출시한다.
단지 컨셉 타입이 아닌 출시다.
누구처럼 출시도 안된 제품을 수개월 전에 기사만 내놓고 물건은 볼 수 없거나 버그 투성의 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미래 지향적인 기술을 내놓았다고 해서 자만하지 않고 사용자 입장에서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개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21세기의 디지털은 기술 개발이 다가 아니다.
그 기술을 사용자로 하여금 얼마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인가가 포인트다.
그것의 과정이 하나의 인터페이스요, 하나의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노키아는 1위 자리를 절대 빼앗기지 않는다.

국내 유명 전자 기기 제조사들을 보면, 팔리면 그만이다..라는 제품이 수없이 눈에 많이 뛴다.
mp3p를 팔면 뭐하나.
그것을 사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걸.
음질이 뛰어나고 용량 좋고, 가격대 성능비 좋으면 무얼하나.
결국 수 많은 일반인들은 그 기술에 다가가지 못하고 인터페이스의 한계에 부딪친다.
계속해서 사용자 입장으로 한걸음씩 다가가야 하는데, 국내 제조사들은 이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IT 얘기가 나오니 말이 길어졌는데, 하여간 부산은 그런 모양새를 하였고, 결국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인 무식하게 덩치만 큰 모양새였다.


부산 월드컵 경기장은 넘어간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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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도 출처: http://map.naver.com)




이동 경로( '-' :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 / '=' : 버스로 이동한 거리 / '~~~' : 배로 이동한 거리)
: 부산 여객 터미널 - 서면역 ===지하철=== 부산 월드컵 경기장 ===지하철=== 서면역 - 사상역 === 대구.


이동 거리(총 이동 거리) - 자전거로만 이동한 거리임.
: 30km(466km)



포스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