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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 1.0 글 모음/거북이의 이상한 자전거 전국일주 여행기

(2008.01.19) 그 쉰네번째_인천, 집에 도착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손이 얼던 와중에 건져 올린 그럴싸한 사진 한 조각.
조금만 더 신경 썼으면 더 멋진 사진이 되었을텐데, 아쉽다.
그래도 만족. :)



사실 앞의 글들은 모두 3월이 되긴 전인지, 초쯤에 저장해두고 식탁에 있는 김 한조각, 한조각을 낼름낼름 꺼내듯이 공개해두고 있었다.
이 글은 오랜만에 타이핑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마지막 글은 어떻게 장식할까..라는 의문 등에서 출발해 여행기를 막 쓸 적에도 작성해두고 있지 않았다.
지금 이 글은 싱싱하고 따끈따끈한 오랜만의 진짜 포스팅.


어쨌든, 보잘 것 없는 여행기는 대대대대대대막을(;;) 장식하고 마친 듯 하다.
고작 전국일주가 이러한데, 나중에 혹시나 유럽을 가거든, 미국을 가거든, 일본을 가거든, 그 때엔 얼마나 길어질지 예측 불가하다.
이번에 여행기를 적으면서 쓸떼없이 글을 늘리고 있다라는 것을 내심 알고 있었지만, 올해의 그럴싸한 글의 마지막이 될 거라 마음 먹고 있었기에 그냥 오기에서라도 글을 늘려보았더랬고, 거창하게 시작했던 블로그가 이런 식으로 내리막을 걷는 것이 내심 아쉬웠다.

또 쓸떼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으니, 얼른 화제를 돌려서..



거의 변함이 없던 고향.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정말 엉뚱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뭐, 큰 변화라도 있길 바랬던 것일까?
도착했을 때에는 '별로 변한게 없네?'라는 생각부터 퍼뜩 들게 되었더랬다.
그리고 세상 빨리 변한다 변한다라고 하지만, 그닥 변함 없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근데, 참 바보 같은 생각이다.
세상 개벽이라도 일어날 줄 알았던 것일까?
왜 저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거의 변함은 없었더랬다.

돌아와서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고, 도착했다는 뉴스를 전했다.



하지만, 또 다른 변함이 있었던 그 동안의 날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이 수없이 많이 변해있었다.
덕분에 나는 그것들에 적응을 해야했고, 왠지 조금 어색했으나 또 금방 그런가보다 했더랬다.

사실 여기에도 쓸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더랬지만, 그냥 내 블로그니 한번 써보자.



담배 냄새에서 해방되다.

담배부터 시작하자.
누가 들으면 미X다고 할까봐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더랬는데, 사실 나는 담배 냄새가 좋았다.
그냥 몽환적인 냄새가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궁금증에서라도 맹세코 지금까지 단 한번도 피어보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꼭 한번, 아니 아예 담배를 피우겠다고 다짐했던 나인데, 시간이 흘렀던 나는 지금 피게 되면 중독이 된다는 것을 내 스스로 알았기에 손을 대지 않았다.
(또 귀중한 약속이 있었기에 그러했다.)
또한 때문에 그것에서 멀리 떨어졌더랬다.

하지만,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어쩌다 보면 냄새가 좋아서 나도 그 쪽으로 끌리고 있어서 그 쪽으로 가고 있는 걸 낸들 어쩌겠나.
나중에 정신 차려보면 엉뚱한 방향으로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한 적도 있었더랬다.
심지어 남들은 피하는 담배 피하는 사람 옆에 일부러 가 있는 적도 있었으니 내 증세는 사뭇 좋지 않았다.
이게 분명 이상한 증세인데, 누구한테 말은 못하겠고, 하여간 혼자 고민하기도 했던 것 같다.
PC방에 갈 적에도 친구 녀석들은 금연석을 찾고, 어느 PC방은 담배 냄새가 많이 나서 싫다 했는데, 나는 솔직히 별 차이가 없었다.
뭐, 어차피 친구 따라 갔던 것이니 그냥 무감각했는지는 모르지만, 친구가 옆에서 콜록거리면 왜 저러나 싶었던 적이 많았다.

그러나 여행 후에 바뀌었다.
여행 2/3 쯤 되었을 때, 아마 여행기에 적었는지 모르겠는데, 언젠가부터 담배 냄새가 싫어졌다.
별 차이는 아닌데, 굉장한 차이였다.
이게 싫어질 수도 있는 건가? 라는 또 한번 바보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누가 그렇게 옆에만 지나가도 콜록거리는 나를 발견하고 나는 타워스페셜에서 지하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횡재한 듯 신기해했다.
정말 그럴싸했다.

어쨌든, 이 이상한 병은 고쳐졌다.



자일리톨에서 해방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껌에서도 벗어났다.
나참, 이걸 블로그에 쓰고 있다니 믿기지 않지만, 사실 난 껌 중독자였다.
이것은 내 친구 녀석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고, 친구 녀석들은 때문에 밥만 먹고 나와 나만 보면 껌 달라고 애교를 부린다. (응??)

하지만, 난 그냥 껌은 절대 거부하고 오로지 자일리톨만을 씹었더랬다.
그것도 '롯데' 자일리톨.
그리고 그 중에도 분명 '오리지널'이어야만 한다.
그 특유한 맛이 나기 때문에 꼭 그것이어야만 한다.
오리온..?? 번외버전(?)..??
다른 것은 허용할 수 없었더랬는데, 하여간 중3 시절에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친구 따라서 학원에서 씹어대던 것이 나중에 그만하나 싶더니 고1 어느 무렵부터 스트레스가 쌓이면 그걸로 해소하는 나를 발견했다.
이것도 사실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이었는데, 당시 친구들에게는 그냥 나는 스트레스를 이걸로 해소한다라고 둘러댔던 것 같다.

이것도 생각해보니, 친구 녀석에게 제법 멋스런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껌을 씹어서 종이에 고히 접어 버리면 스트레스가 그 안에 쌓여서 날아가는 듯 하다..라고.
또 어쩌면 당시 내 속 꿈은 시인이었기에 그런 바보 같은 생각도 했었나보다.

어쨌든 뭐, 자랑거리는 아니어서 나도 얼버무리곤 했는데, 일명 프라시보 효과라고 하면 문맥이 맞으려나.
하여간 분명히 과학적인 효과는 없을텐데,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이것을 마치 '게보린 = 두통 치료제'라고 알려져 있는 것처럼 나에게는 '자일리톨 = 스트레스 해소제'라고 인식하고 있던 것이다.
그냥 그러했으면 모르겠는데, 문제는 이것으로 그 속에서 스트레스를 키워왔다는 것이 문제였다.
일종의 밴드 역할이라고 해야하나.
마치 수술을 해야하는 것인데, 밴드를 붙인 격이니 그 속에서 커져온 것이다.
그것이 작년 어느 때에 결국 밴드질 하다가 터져버린 것이고.

어쨌든, 나는 여행 후 껌에서도 벗어났다.
어느 때부터 어머니께서 알아채시고는 쇼핑 나가거든 한뭉치 사들고 오셔서 아들에게 제공하곤 했더랬는데, 졸업 후에는 줄곧 내 돈으로 떼우곤 했다.
동네 슈퍼에선 한 개에 500원인데, 홈플러스에서는 3개에 1100원 정도여서 한번 살 때 홈플러스에서 와장창 사곤 했더랬다.
이것도 내 짧은 돈줄에는 영향을 주어서 나는 항상 반조각으로 먹었더랬다.
어쨌든, 내 서랍에는 항상 자일리톨 세트들이 굴러다녔는데, 여행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여행 때에도 가져갔더랬지만, 중간에 그냥 버렸고.)
처음에는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었더랬는데, 예전 같으면 1주일이면 없어질 양이 1달이 지나도 없어지질 않는 것을 보고 '아, 드디어 해방이구나.' 싶었다.

뭐, 굳이 말하자면 지금은 서랍 속에 두 케이스가 있고, 정말 줄어들지 않는다.
그냥 어쩌다 식사 후에 생각나면 먹을까 싶다.

여담이지만, 재미난 것은 지금에 이르러서는 초콜렛에 중독되어 아둥바둥거리고 있다. :)



음악에서 해방되다.

그리고 동시에 음악에서 해방되었다.
여행 직후 나는 외출할 일이 있을 적에 늘 갖고 다니던 가방을 갖고 나가지 않았다.
주머니에는 고작 지갑과 휴대폰, 시계 뿐이었다.
아, 처음 몇일 동안은 자일리톨이 왼쪽 주머니에 있기는 했다. 존재감이 없어서 몰랐지만.

그런데, 가방을 갖고 나가지 않아도 전혀 문제 없더라.
이것 또 나만의 놀라움이었다.
이렇게 문제가 없을 줄은 꿈에도 몰랐더랬다.
게다가 가방이 없음으로 인해 동선의 자유로움까지 생겼으니 일석이조였다.

친구들은 가방 없이 나온 나를 의아해했지만, 그냥 그렇다고 둘러댔더랬다.
친구 녀석들이 의아해 할 정도로 나는 가방 팬보이이었던 셈이다.

이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 굉장한 변화이다.
내가 가방을 갖고 다닌 이유는 여럿이었더랬다.
위에서 언급했던 자일리톨을 챙겨야 하는 구찮음을 해소하기 위해 가방에 항상 자일리톨을 대기시켜 두었고, 이제 와서 얘기지만, 가방 한쪽 구석엔 예비용 자일리톨도 있었다. (;;)
또 그 외 기억력 문제로 다이어리를 항상 갖고 다녔고, 지나간 일상이 아깝다며 카메라도 항상 지참했고, 지금은 먹지 않는 그 이상한 소화제도 있어야 했고, 하여간 나가면 거의 단 한번도 꺼내지 않는 쓸떼없는 것들을 많이 챙기곤 했다.
어깨가 빠지지 않은 것이 신기했지.

그런데 이것들보다 단 한가지.
NW-A3000.
이것이 옆에 없으면 이미 불안 그 자체가 되고 만다.
mp3p 역할을 하는 이 녀석은 겉만 화려한 하이힐 같이 가여운 모냥이다.
하드디스크 내장 모델인 것부터가 문제인데,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하드디스크는 조그마의 충격에도 언제 운명하실지 모르는 귀한 운명이다.
사실 충격을 가하지 않아도 자연사하는 것이 또한 HDD인데, 이 때문에 NW-A3000은 보호되어야 한다.
기기 자체에 HDD 프로텍션 기능인지 뭔지가 버티고 있고, 비상시 헤드를 돌려주는 무슨 기능이 있다던데, 그것이 있다한듯 HDD의 플래터 자체가 유리인데,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또한 그러면서 동시에 크기나 작으면 모를까 1.8인치 HDD가 버티고 있으니 크기는 손바닥만하니 가방이 없으면 도무지 이 녀석과는 산책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친구들을 만날 적에도 가방이 있어야 하고, 심지어 동네 슈퍼를 갈 적에도 가방은 항시 지참되어야만 한다.

그래.
만약에 이 녀석이 아이팟이었다면 이렇게까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이팟을 리퍼 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럼, 새 제품이 오는 걸.
하지만, 이 녀석의 부모는 소니이니 또 그나마도 용서치 못한다.
게다가 소니 코리아 정품도 아니니 고장나면 자가 수리를 해야 하니..
(아이팟이건 NW-A3000이 있어야하는 이유는 15기가바이트 이상의 음악들을 담아야하기 때문이다.
모두 320kbps 이상의 고음질들을.)

하여간 이 녀석에 관한 얘기도 이전에도 수없이 했고, 또 하고자 한다면 자신있게 말하건데, 소니 워크맨 역사부터 끄집어 내서 논문을 쓰라고 해도 가능할 듯 싶다.

어쨌든, 이 녀석 때문에 가방은 얼웨이즈 갖고 다녔더랬다.
음악이 없으면 살 수 없었고, 그야말로 가뭄에 풀 나듯 나에게는 한조각 비행기 같은 것이었기에 목매달아 의지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행 후 가방을 갖고 나가지 않아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고, 오히려 아이팟 셔플을 구입해 간단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도구를 추가시켰다.
그리고 아이팟의 음질도 이제는 그닥 즐겁게 들어줄만큼 이해가 되고, 또 그만하다는 것은 이제 음악에서 해방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음악을 듣는 성향이 너무나도 바뀌어 많은 얘기를 쏟아붓고 싶은데, 참아본다. :)


이전에 사실 나는 에티모틱 리서치社의 ER-4P 라는 이어폰을 사고 싶어 안달이었다.
고음 위주의 그 이어폰은 섬세함이 예술이고, 해상도는 발군이었다.
하지만, 커널형 이어폰이 늘 그러하듯이 가격은 20만원.

그런데 나는 이 녀석을 무슨 일이 있어도 사겠다고 마음 먹었던 적이 있더랬다.
그런데 또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런게 무슨 소용이리오. 아이팟 번들 이어폰도 귀에 잘 맞는구만. 하고 있다.

그럼 끝 아닌가?



가방에서 해방되다.

무슨 인디펜더스 데이도 아니고, 왜이리 해방, 해방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위에서 말한 것처럼 가방에서도 해방되었다.
최근 동네를 제외하곤, 외출할 일이 거의 없지만, 어쨌든 외출할 일이 생길 때 이전과는 행동 패턴이 다르다.

이전에는 동네 마트를 가려고 해도 우선 가방을 들고 점검을 한다.
이것 넣었고, 이건 빠졌나, 저건 부족하고 등등..
그리고 바지 오른쪽 주머니엔 레이져, 왼쪽 주머니엔 자일리톨, 뒷주머니엔 지갑, 손목에는 시계.
이 중 단 한가지라도 빠지게 되면, 그 날의 외출은 좌불안석이 된다.
물건을 넣는 위치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흐트러지면 그것도 불안해진다.
만약 레이져와 자일리톨의 위치가 바뀌면 머리가 혼란스럽다.
불안, 불안 그 자체.

지금의 행동 패턴은..
바지 오른쪽 주머니에 레이져, 뒷주머니나 그냥 편한 주머니에 지갑을 넣는다.
그리고 압정에 걸려 있는 아이팟 셔플을 옷에 그냥 되는 대로 집고 귀에 걸고 나가면 끝.

이러니 삶 자체가 달라진다.
겉으로는 별 다른 점이 없는데, 마음이 가볍고 동시에 당연히 몸도 가볍다.
아이팟에선 무슨 음악이 나오든 상관없다.
그냥 셔플로 돌리다가 아, 이거다 싶으면 셔플을 멈추고 듣는다.
셔플에도 앨범별로 넣어두었기 때문에 지금 듣는 음악의 이전과 이후에 무슨 음악이 있는지 안다.
바람이 있다면 나노 하나 있으면 외출에 괜찮을 법 싶다.

예전처럼 음악을 들으려 가방에서 안경 케이스를 꺼내 888을 집어들고 A3000을 켜서 로딩을 기다리는 동안 888의 고질적인 꼬임을 풀고 귀에 꽂고 음악을 고르고 그럴 필요가 없다.
음악을 끌 때엔 다시 그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게 무슨 비효율적인 방법인가.
역시 본질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지.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어쨌든 가방에서 해방되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외출하는데 가방은 있어야 하지 않는가.
몸만 땡글땡글 가는 것은 영 어색하기도 하고, 종종 약속이 멀리 있을 때에는 A3000도 챙겨주는 센스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작은 가방 하나 있기를 원했는데, 여행 후 아버지께서 들고 다니시던 후지쯔 10인치 노트북 가방으로 보이는 것을 요로코롬 득템했다.
뭐, 회사에서 랩탑 사면서 사원의 것을 챙겨오셨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역시 공짜는 공짜티가 나기 마련이다.
뜯어질 듯한 단추하며 벌써 뒷 주머니의 단추는 뜯어졌다.
하지만, 그러한들 어떠하리.
그냥 마음에 들면 그만인 것을.

어쨌든, 이러해서 가방에서 해방되었다.
예전에 쓰던 그 무식한 가방은 예전에 힘주다가 지퍼가 뜯어졌다는 포스팅을 했더랬는데, 다른 한쪽 지퍼도 뜯어져 버렸고, 지금은 집-독서실 간에 책을 옮기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 블로그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파워블로거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그냥 웹 상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올리는 것이 내 바람인데, 작년 언젠가부터 깨져버리더니 지금은 ONLY 이기적인 블로거가 되어버렸다.
RSS 구독하시는 분들께 죄송한 마음도 들고, 여러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

그리고 여행기를 적거든 블로그는 임시 휴업을 하려고 했으나 역시 이렇게 글을 적고 보니, 나는 글을 쓰지 않고는 못베기는 듯 하다.
앞으로의 여정 때문에 PC 앞에 자주는 있지 못 할 테지만, 종종 생각나는 것들을 짤막하게 적고자 하며, 지금과 같은 장문의 글은 적지 않고자 한다.



역시 마무리는 늘 그렇듯이 어설프게..


포스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