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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 1.0 글 모음/Ver.2.0

나만의 블로그.




바로 앞 포스트에서 개인 홈페이지에 대한 글을 적다가 문득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이런 것을 숨겨왔으나 지금의 블로그는 temp이므로 글을 시작한다.


나는 원래 블로그에 우울한 음악들을 올리지 않았었다.
그리고 우울한 소리 또한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것의 이유는 울적한 음악을 올리면 주변 사람들이 덩달아 우울해 했고, 나를 걱정해 주었다.
더구나 나는 주변 사람들이 같이 우울해진다는 것에 대해 언짢아 했다.

애초에 블로그를 시작했던 이유는 내 얘기들을 담아내기 위해서였고, 내 생각의 증진을 위해 개설했다.
그리고 그 생각들을 커뮤니티성을 이용해 더욱 생각을 발전시키자..라는 주의에서 시작되었다.

가면을 썼던 나는 고등학교 내내 그 가면 쓴 모습이 정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왜! 가면을 써야하는가..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세상은 차가웠다.
하지만, 졸업을 한 후 세상에 비춰지는 내 모습은 가면을 썼을지라도 나만의 공간에서는 그 갑갑한 가면을 벗어던지자..라는 주의에서 블로그는 출발했다.
개인 홈페이지를 결심했던 이유도 바로 그런 것이었다.
만약 내가 그런 주의 없이 블로그를 시작했다면 내 블로그는 이미 자동차 얘기와 디지털 얘기로 난무했을 것이다.
또한, 오로지 보여주는 블로그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시작한 블로그의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그런 후에 내 블로그는 답을 찾은 듯이 보여주는 블로그로 변해버렸다.
행복하고 그럴싸한 음악들을 올렸으며, 나의 일상들을 재미있게 올리기도 했다.
마치, 이건 보여주기 위해 만드는 포털 사이트 같다랄까?
하지만, 그렇게 쓰기에는 블로그의 초기 철학과는 맞지 않았었다.
못내 늘 그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나는 종종 나만의 글을 썼지만, 공개 버튼을 누르지 못했고, 또한 내 얘기를 모두 하지 못한채, 그럴싸한 이상한 시 같은 글을 올렸다.
그리고 정작 내가 생각해보고픈 음악들을 올리지 못했다.

한..
또 다른 한이 맺치기 시작했다.

난 블로그를 그렇게 했고, 잘 했다.
아, 때마침 애니 매트릭스의 자막 한 구절이 생각난다.
'그로부터 한동안은 인간은 잘 살았습니다.'
'잘 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렇게 블로그를 잘 운영하다가 결국.
정작 나의 정체성을 잃어버렸을 때에 블로그의 문을 닫아야 하나까지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나를 잃어버렸는데, 나의 분신인 블로그가 무슨 소용이겠는가..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언젠가 지인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블로그를 하면서 힘든 일이 있고 고민이 있을 때 블로그에 글을 써서 위로를 받아 좋겠다..라는 말을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몇 일동안 나에게 질문을 내렸다.
한 단어로 이루어진 그 질문은..

과연??
과연..
과연!!

바로, 과연 그러했는가? 라고 질문이었다.


나는 정작 나를 위해 블로그를 만들었으면서 내 얘기를 쓰지 못했던 것이었다.
내가 나를 달래기 위해 만든 블로그는 이미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지 못하고, 그렇게 끙끙거렸다.

뭐, 다른 사람들 눈에는 힘들 때마다 의지하는 것처럼 보였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러했다.


근데, 사실 중간중간 나만의 블로그 타령을 하며, 내 멋대로 글을 올렸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또 한가지 신경 쓰이는 거리가 생겨버렸다.
바로 카운터였다.
블로그의 최하단에 위치한 카운터는 늘 내 눈에 가장 먼저 보인다.
그런 이유로 언젠가 남들이 알지 못할 때 카운터를 없애기도 했다.
그러나 관리 페이지에 들어가면 카운터가 가장 먼저 보인다.
그래서 쓸모없는 일이 되었다.


나는 고등학교 세월 동안 내 얘기를 그 누구에게도 꺼내지 않았다.
말을 하면 약해지는 것이라고 되새겼다.
아니, 얘기하지 못했다.

세상에서 나는 날카로워져야 한다고 다짐했다.
네모처럼 각진 것만을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나를 늘 다그쳤다.
둥글해지지 말고, 각져야 한다고.
그래야 세상을 살 수 있다면서 말씀하셨다.
나의 어른에 대한 반감은 여기서 출발한다..

다른 곳으로 세지 말고..

난 각이 졌다.
가면을 썼다.
내 입은 전자 제품과 자동차, 세상 이야기로 가득찼다.
내 얘기를 절대 하지 않았다.
해도 쓸모 없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인지했다.

언젠가 나는 친구에게 이런 소리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친구들과 사소하고 쓸떼없는 이야기 말고 정치나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이다.
쓸떼없다라고 감히 그렇게 표현을 했다.

친구들이 나에게 내 생각이나 내 생활에 대해서 물어보면 딱딱한 표현이 가득찬 말을 했고, 사생활이라면서 단번에 선을 그었다.
학원 간다라는 핑계를 둘러대기도 했지만, 학원을 빠지는 쪽이 많았다.

스킨십.
나는 살과 살이 닿는 것을 정말이지 싫어한다.
하지만, 위 표현은 입에 발린 소리이다.

난 솔직하게 말해 사람이 무서웠다.
한없이 차가워질 수 있는 것이 사람이었고, 세상살이에 정이란 필요 없다라는 것을 인지했다.
어머니는 나에게 성적이 왜 그 모양이냐고 화를 내셨지 내가 왜 성적이 떨어졌냐고는 물어보지 않으셨다.


지금 포스팅을 하고 있는 이 순간도 나는 뜨끔뜨금하다.

하지만, 여기에 모든 걸 버린다.
내 머리가 더 이상 커지는 것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도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고 싶었다.
나는 빨리 크고 싶어 했지만, 반대로 빨리 크는 것이 두려웠다.
뭔가에 미친다는 것은 좋지만, 다른 곳에 집중하고 싶어 미치는 것은 이제 싫다.

여기에 버리고 또 버린다.
모두 버릴 수는 없을 테지만, 버리고 또 버려볼테다.


The End.


[까만거북이]